[미디어펜=이상일 기자]20대 총선이 치러지는 오는 13일에 전국에 비가 올 것으로 관측되면서 날씨가 총선 결과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기상청은 11일 예보를 통해 오는 13일 전국이 기압골의 영향으로 흐리고 오전에 비가 올 것이라며 비는 낮에 서쪽 지방부터 그치기 시작해 늦은 오후에 대부분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정치권에서는 날씨가 화창하면 보수정당에, 궂으면 진보정당에 유리하다는 통설이 전해내려오고 있다. 

이런 통설은 진보성향인 젊은 세대가 보수성향인 장노년층보다 투표의지가 강하지 않을 거란 추측에 근거한다. 날씨가 궂으면 야외로 나들이를 가려던 20∼30대층이 대신 투표장으로 발길을 돌려 상대적으로 젊은 층의 지지세가 강한 야당에 유리할 것이란 주장이다.

그러나 총선일을 이틀 앞둔 여야 각 정당은 이런 통설을 크게 신뢰하지 않는 분위기다. 

그보다는 젊은 층의 투표 의지가 강해졌다는 점이나 국민의당이라는 제3당의 등장, 사상 처음 총선에 적용됐던 사전투표의 영향 등의 요인에 더 촉각을 곤두세웠다.

새누리당·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 관계자들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날씨와 관련한 이런 통설은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입을 모았다. 

역대 총선에서의 20∼30대 투표율과 날씨의 상관관계를 살펴봐도 이런 통설은 설득력이 부족한 게 사실이다. 

선거일에 비가 오지 않고 날씨가 포근했던 16·17대 총선 때 20∼30대 투표율은 각각 20대 36.8%·30대 50.6%(16대)와 20대 44.7%·30대 56.5%(17대)였다. 

반면 흐리고 비가 내렸던 18·19대 총선 때 젊은 층의 투표율 평균치는 각각 20대 28.1%·30대 35.5%(18대)와 20대 41.5%·30대 45.5%(19대)로 날씨가 화창했던 16·17대 총선 때와 비교할 때 비슷한 수준이거나 되려 낮기도 했다. 

오히려 이번 20대 총선에선 장·노년층보다 젊은 층의 투표참여 의지가 더 강할 조짐도 나타난다. 

여론조사 전문업체인 리얼미터가 지난 4∼8일 전국 만19세 이상 유권자 2천536명을 대상으로 투표에 참여할 의향을 조사한 결과 '적극 투표 의향층'에서 30대가 72.3%로 가장 높았고 40대(70.3%)·20대(65.1%)·50대(59.0%)·60대 이상(54.7%) 등의 순서였다.

더불어민주당 이철희 종합상황실장은 통화에서 "(날씨 변수를 차치하고) 젊은 층의 투표의지가 높아졌다고 데이터상 나온다"며 "우리당에 대한 젊은 층의 지지율이 상대적으로 높으니까 (이런 현상은) 긍정적인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반면 새누리당 입장에선 이런 기류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당 관계자는 통화에서 "새누리당 지지층이 이번에 당 공천과정에 실망하고 투표장으로 안 나가는 것도 문제지만 중도성향의 제3당 국민의당을 찍는 유권자가 늘면 새누리당이 비례대표 의석수를 많이 빼앗길 수 있다"고 말했다.

20대 총선에서 처음 적용된 사전투표도 본선거일 투표율에 미칠 날씨의 영향력을 줄이는 데 한몫했다는 분석이 있다. 

새누리당 구본근 전략기획국장은 통화에서 "이번에는 사전투표를 이틀간 실시했는데 선거일(4월 13일)에 놀러 갈 계획이 있는 유권자들은 미리 투표를 많이 한 것으로 보인다"며 "또 사전투표율도 역대 최고였던 만큼 날씨는 중요한 변수가 안 될 것"으로 내다봤다.

국민의당 김용석 전략위원장도 통화에서 "과거에도 투표율에 영향을 미치는 결정적인 변수는 주요 정치적 국면에 따른 투표 열기"라면서 "일부 도서지역을 제외하곤 날씨가 미치는 영향은 매우 미미할 것"으로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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