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몸이 열개라도 모자랄 이광구 우리은행장의 행보가 분주하다. 이번에도 해외 출장길에 오른다. 목적지는 미국이다. 기업설명회(IR) 때문이다. 이 행장의 잰걸음이 우리은행 매각을 재촉하고 있다.
12일 우리은행에 따르면, 이 행장은 내달 중순 1주일 가량 일정으로 미국 IR행에 몸을 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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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은행은 이광구 행장이 내달 중순 1주일 정도의 일정으로 미국 IR을 떠난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
이 행장의 해외 IR 스케줄은 빼곡하다. 그는 지난 2월 16일부터 9박 11일간 싱가포르와 유럽에서 IR을 진행했다.
이번 미국 IR은 지난번 유럽에서의 투자설명회가 좋은 반응을 얻었다는 점에 착안해 더욱 빠르게 추진됐다.
이 행장의 싱가포르‧유럽 출국 이전 8000원대 중후반에서 맴돌던 우리은행의 주가는 해외 IR 이후 빠르게 상승해 현재 9340원을 기록하고 있다(12일 종가 기준). 전반적인 상승세를 이끈 것은 외국인 매수세 유입이었다. 해외에 우리은행을 알린다는 이 행장의 IR 전략이 어느 정도 먹혀 들어간 셈이다.
우리은행 측 관계자는 "2015년 20% 선이던 외국인 지분율이 2016년 들어 3%p 올라간 23%를 기록하고 있다"며 "이번 미국 IR 이후에도 좋은 결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은행 안팎에서는 주가가 11350원까지만 올라가면 매각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작년 실적을 들고 떠났던 지난 2월과는 달리 내달 미국 IR에는 올해 1분기 실적을 가지고 간다는 점도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현재 유안타증권 등 금융권에서 예측하고 있는 우리은행의 1분기 당기순이익은 3000억 원 대로 전년 대비 약 15% 늘어난 실적을 거둘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한편 미국시장이 그리 만만치 않다는 지적도 있다.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외국계 금융회사들은 오히려 한국에서 발을 빼고 있는 형국"이라면서 "미국 경기가 회복세에 접어든 것은 확실하지만 그 여력이 우리은행 매각에까지 긍정적 영향을 주려면 많은 산을 넘어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최근 들어 영국계 RBS와 바클레이스, 골드만삭스, 스위스 최대 투자은행(IB)인 UBS 등은한국시장에서 일부 혹은 전면 철수를 선언했다. 일각에서는 "금융 허브는커녕 엑소더스가 벌어질 판"이라는 푸념이 나올 정도로 상태가 심각하다는 지적이다.
이런 가운데 금융위원회는 우리은행과 중동 국부펀드를 매칭시키기 위해 한때 노력했지만 그마저도 여의치 않아 현재는 흐지부지된 상태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3일 "최근 중동 국부펀드에 대한 우리은행 매각 상황이 나빠진 것은 사실"이라면서 "다각적인 IR을 진행하는 등 매각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결국 이광구 행장의 해외 IR은 우리은행 민영화를 위한 마지막 카드이자 고육지책인 셈이다. 우리은행 사원들은 농담처럼 "민영이(민영화)가 어서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뿐"이라고 말한다. CEO가 직접 나서 해외 IR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우리은행에 과연 '민영이'는 언제쯤 찾아올지 금융권의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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