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20대 총선 투표가 마무리 되고 개표 작업이 진행 중인 가운데 전국의 시선이 대구광역시로 모아지고 있다.
대구는 박근혜 대통령이 1998년 재보궐 선거를 통해 정치적 '데뷔'를 한 곳이기도 해 지금까지 '친박의 성지'로 불려왔다. 특히 지난 19대 총선에서 새누리당은 대구뿐 아니라 경북지역까지 아우르는 이른바 TK 지역에서 단 한 석도 내주지 않는 절대적 우위를 과시한 바 있다.
20대 총선에서 이와 같은 패턴은 끝날 것으로 보인다. 야권 성향이거나 새누리당을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한 후보들 상당수가 당선권에 진입했기 때문이다.
현직 의원으로서 동구을에 다시 출마한 무소속 유승민 후보는 현재 대구는 물론 전국에서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후보다. 새누리당 원내대표까지 지낸 유 후보는 박근혜 대통령과의 직접적인 갈등으로 인해 이른바 '배신의 정치' 논란을 자아내며 정국에 태풍을 몰고 온 바 있다.
결국 새누리당을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한 유 후보에 대한 예상 득표율은 무려 78.9%로 집계됐다. 현재까지 35.12% 개표가 진행된 동구을에서 유 후보는 2만 1601표를 획득하며 76.1%의 득표율을 보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승천 후보가 뒤를 쫓고 있지만 6800표(24.0%) 수준이라 이변이 없는 한 유 후보의 당선이 유력하다.
22.25% 개표가 진행된 북구을에서는 무소속 홍의락 후보가 55.9%의 득표율을 보이고 있다(1만 3170표). 홍 후보는 공천과정에서 더불어민주당과 갈등을 겪고 결국 탈당한 뒤 출마했다. 현재 새누리당 양명모 후보가 35.3%의 득표율로 뒤를 쫓고 있다.
아직 개표가 시작되지 않은 수성갑 김부겸 후보(더불어민주당)의 예상 득표율 1위 역시 새누리당에게는 충격적인 소식이다. 국회의원에 경기도지사까지 지낸 새누리당 김문수 후보와 맞붙은 김부겸 후보는 지상파 3사 출구조사에서 무려 62.0%의 예상득표율을 기록하며 38.0%에 그친 김문수 후보를 압도했다.
수성을에서도 새누리당을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한 주호영 의원이 현재 득표율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새누리당 정책위의장까지 지낸 주 후보는 공천과정에서 새누리당과 갈등을 겪고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했다.
새누리당 이인선 후보와 경합하고 있는 주 후보는 현재 1.0% 개표가 진행된 상황에서 45.4%의 득표율을 기록하고 있다. 이인선 후보의 득표율은 33.4% 수준이다.
12개 선거구 중 4개 선거구에서 비(非)새누리당 후보가 당선될 경우 그 여파는 상당히 클 전망이다. 새누리당 공천 과정에서의 공정성에도 타격이 갈 뿐더러 지난 총선에서의 '싹쓸이'가 결국 민심의 외면으로 돌아왔다는 평가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한편 대구는 이번 총선에서 54.8%의 투표율을 기록해 전국 최하위 수준에 머물렀다. 이는 전통적인 여당 강세 지역인 경상도에서 여당에 대한 실망감과 '정치 혐오' 정서가 전파되고 있는 정황으로 여러 차례 분석된 바 있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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