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산분리 규제완화 야당 반대 거세…인터넷전문은행 '먹구름'
[미디어펜=이원우 기자]20대 총선 여소야대(與小野大)의 여파가 금융권에까지 미치고 있다.

특히 은산(銀産)분리 규제완화를 골자로 하는 '은행법' 개정에 기대를 걸고 있던 인터넷전문은행의 앞길에는 심상치 않은 장애물이 드리워졌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현재 금융위원회를 비롯한 금융당국은 은행법을 개정해 은산분리 규제를 완화하기 위해 다각도로 노력하고 있다. 

   
▲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은행법 개정에 대해 "필수"라는 표현을 사용하면서 "국민이 원하는 좋은 인터넷전문은행을 만들어서 국민들이 은행법 개정 필요성에 적극 공감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금융위원회


지난 달 21일 K뱅크 은행 설립준비 사무실을 방문한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은행법 개정에 대해 "필수"라는 표현을 사용하면서 "국민이 원하는 좋은 인터넷전문은행을 만들어서 국민들이 은행법 개정 필요성에 적극 공감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현행 은행법은 산업자본이 은행자본을 최대 10%까지만, 의결권이 있는 지분은 4%까지만 보유하도록 규제하고 있다. 산업자본이 시중 은행을 이른바 '사금고'로 활용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산업자본'에는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도 포함되기 때문에 지금의 은행법으로는 인터넷전문은행 출범에 한계가 있다. 올해 말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와 'K뱅크' 출범을 준비하고 있는 카카오와 KT는 기껏 준비를 해놓고도 의결권 4%의 단순 주주로만 참여해야 하는 상황이 되기 때문이다. 

이에 새누리당 신동우 의원, 김용태 의원은 각각 은행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해 국회에 제출한 바 있다. 

두 안에는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공통적으로는 "인터넷전문은행에 한해 산업자본의 지분 보유한도를 최대 50%까지 허용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은산분리 규제의 본 의도를 침해하지 않으면서 인터넷전문은행 출범에 힘을 싣겠다는 의도다. 

그러나 이 개정안은 야당의 반대에 가로막혀 상임위(정무위원회)조차 통과하지 못했다. 정무위 야당 간사인 김기식 의원은 최근까지도 자신의 SNS 계정에 "은산분리 규제완화는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글을 올릴 정도로 반대에 적극적이다.

여당이 다수였던 19대 국회에서도 개정되지 못한 은행법이 과연 20대 국회에서 바뀔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선이 많다. 20대 국회는 여소야대로 의석이 배분된 데다 더불어민주당이 제1당 지위까지 가져갔기 때문이다. 

관련 법 전문가는 "대통령제와 여소야대의 결합은 민주정에서 나올 수 있는 가장 비효율적인 시스템"이라면서 "은행법 뿐 아니라 정부의 금융개혁 기조 그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심지어 카카오는 지난 3일 공정거래위원회에 의해 '대기업집단'으로 지정을 받기까지 해서 몸이 더욱 무거워진 상황이다. 카카오가 인터넷전문은행을 출범시키면서 카카오뱅크의 50% 주주가 될 경우 "대기업이 은행을 갖게 됐다"는 야권의 우려에 정확히 부합하면서 논쟁이 촉발될 소지가 많아진 것이다.

   
▲ 더불어민주당과는 달리 국민의당은 인터넷전문은행에 긍정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어 '캐스팅보트'가 되리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연합뉴스


이와 같은 상황에서 '변수는 국민의당'이라는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는 달리 국민의당은 인터넷전문은행에 긍정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제3당인 국민의당이 '캐스팅보트'가 되리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총선을 앞둔 지난 1일 벤처기업협회는 은산분리 규제완화에 대한 여야 3당의 입장을 알아보기 위해 질의서를 발송했다. 그 결과 새누리당과 국민의당은 각각 "규제완화 적극 찬성"(새누리당), "규제완화와 제도보완을 위해 노력할 것"(국민의당)이라는 답변을 보냈다. 

이때만 하더라도 국민의당의 답변은 그저 '소수의견'으로 보였지만 총선 결과 300석 중에서 38석을 가져간 국민의당의 의견은 이제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의 갈등에서 '중요의견'이 됐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IT 전문가 이미지를 갖고 있는 안철수 대표의 국민의당이 세간의 관심을 얻고 있는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해 적어도 '출범을 가로막는' 인상으로 보이고 싶진 않을 것"이라면서 난항을 겪고 있는 인터넷전문은행 문제가 의외로 '새누리당-국민의당' 공조를 통해 탄력을 받을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