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20대 총선 결과를 놓고 황금분할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여야의 거대 양당 중 어느 당도 과반의석을 확보하지 못했으며, 제3당인 국민의당은 38석을 얻어 캐스팅보터로 등극했다. 국민의당은 당장 노동법·세월호특별법 개정과 민생법을 묶어서 임시국회를 열자고 제안하고 나서 국정과제 추진에서 어떤 역할을 할지 주목된다.
여소야대의 국회를 만든 ‘표심’은 분명 따로 있을텐데 정치권에서는 각당이 자신에게 유리한 해석을 내놓기에 분주한 모습이다. 하지만 이번 선거 결과는 거대 양당에 실망한 표심이 옮겨갈 수 있었던 제3당이 존재했기에 가능했다. 동시에 신생 정당의 성적표라기보다 기존 양당의 성적표라고 하는 것이 옳다.
실제로 방송사 출구조사를 분석한 SBS의 17일 보도를 보면 이번 총선의 가장 큰 특징은 30~50대에서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지지 철회이다. 이들의 표를 국민의당이 흡수했다.
특히 50대는 4년 전 선거에서 여당을 더 많이 지지했지만 이번 선거에서는 야당을 지지했다. 더민주만 있었다면 야당으로 돌아서지 않았을 50대 표심이 국민의당의 출현으로 옮겨갈 수 있었던 것으로 해석된다.
국민의당이 캐스팅보터가 아니라 국회운영을 주도하겠다고 자신만만해하는 이유이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같은 날 선거 나흘만에 광주를 방문해 언론인들과의 간담회에서 “국민의당이 정권교체의 큰 그릇이 될 것”이라며 “당에 여러 명의 대통령 후보가 경쟁하는 판을 만들겠다”고 했다. 안 대표는 또 “제가 오래 전부터 새누리당의 지지율 40%가 콘크리트가 아니라고 본 것은 거기 합리적, 개혁적인 보수층이 많은데 그분들은 공통적으로 죽어도 2번은 안 찍겠다는 분이 많이 계셨다”고 말했다.
이날 안 대표가 광주 송정역에 도착할 때 시민들은 박수와 환호를 보냈다. 전후 한옥마을에서 시민들과 인사할 때는 인파가 몰려 700여m를 걷는 데 1시간20분 가까이 걸리기도 했다.
안 대표의 이날 호남행은 이번 선거에서 야권 텃밭인 호남을 지켜낸 국민의당이 일찌감치 오는 대선을 준비하며 주도권 경쟁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반면, 더민주는 이번 선거에서 의외로 선전했지만 야권 텃밭을 회복하지 못한 것이 명백하다. 그런데도 선거가 끝난 지 4일이 지났는데도 문재인 전 대표의 정계은퇴 선언과 관련된 입장은 나오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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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지난 12일 오전 전남 순천시 아랫장시장에서 노관규 후보와 함께 사죄의 절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문 전 대표는 선거 직후 기자들이 정계은퇴를 묻는 질문에 “호남의 패배는 아주 아픕니다”라면서도 “호남 민심이 저를 버린 것인지는 더 겸허하게 노력하면서 기다리겠다”라고만 했다. 문 전 대표는 이번에도 정계은퇴 약속에 대해 말바꾸기를 한 것이다.
이에 대해 같은 당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그런 말이 호남 사람들을 더 자극시킨다. 진짜 잘못했다고 말해야지 뭘 기다리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거세게 비난한 바 있다.
게다가 호남지역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이개호 의원도 17일 “반문 정서가 분명한 (선거 패배의) 원인이었다. 반성치 않는 것에 대한 상징이 되고 있다.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전남 순천에서 이정현 의원에게 패한 노관규 후보가 자신의 SNS에 “선거 막판에 문재인 대표 때문에 졌다”며 투표일 직전 문 전 대표의 순천 방문이 잘못된 선택이었다는 취지의 글을 썼다가 삭제하는 해프닝이 벌어진 일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선거 직후 문 전 대표가 또다시 애매모호한 화법을 이어가자 호위무사들이 일제히 나서 문 전 대표를 비호했던 것에 대한 반발인 셈이다. 조국 서울대 교수는 지난 1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문 전 대표의 호남 참패 책임론을 거론하며 “정치적 결벽증을 떨쳐버리라”고 조언했다. 그는 “문재인 불출마는 대선 레이스에서 야권의 큰 손실”이라며 이같이 주장했다.
정청래 의원도 “문 전 대표가 호남서 보인 진정성으로 수도권에서 승리했다”며 “수도권과 영남에서의 선전으로 오히려 문재인이 승리했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이종걸 원내대표는 지난 15일 한 라디오방송 인터뷰에서 문 전 대표의 호남 패배 시 정계은퇴 선언에 대해 “사즉생의 각오로 한 표현이고 백의종군하는 장수의 마음을 가지고 한 것”이라며 두둔했다.
현재 문 전 대표는 “모든 평가는 당에 맡길 것”이는 말만 남긴 채 다시 양산으로 내려갔다. 문 전 대표 측으로부터 “당분간 공개활동이 별로 없을 것”이라는 말도 전해졌다. 선거 이후 수일만에 문 전 대표의 거취를 확인하는 여론이 인데다 김종인 대표가 최근 한 일간지 인터뷰에서 문 전 대표를 향해 “요즘 내 말도 잘 듣지 않는다”고 일침을 가한 뒤 보여진 행보이다.
한편, 페이스북 등 SNS에서 ‘더민주 사도신경’이 퍼지고 있어 이 글이 더민주 지지층에서 나온 글인지 주목된다. ‘더민주 사도신경’은 교회의 신앙 고백문인 ‘사도신경’을 패러디한 것이다. 사도신경은 ‘전능하사 천지를 만드신 하느님 아버지를 내가 믿사오며, 그 외아들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믿사오니’로 시작하지만 ‘더민주 사도신경’은 ‘하느님 아버지’를 더민주 문재인 전 대표로 바꿔 표현했다.
‘더민주 사도신경’의 전문은 다음와 같다. ‘전능하사 더민주를 만드신 문재인을 내가 믿사오며, 그가 모셔온 최고의 전략가 김종인을 믿사오니, 분당 위기 세달만에 배신자들 가운데서 다시 제1당에 오르사, 전능하신 김종인님 당대표에 앉아 계시다가, 내년 12월에 새누리를 심판하러 오시리라. 두 분의 뜻과 지략을 믿사오며, 거룩한 민주주의와 문재인님과 김종인님이 서로 교통하는 것과, 경제가 다시 사는 것과, 이 나라가 영원히 사는 것을 믿사옵니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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