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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영유아 및 산모의 안타까운 참사가 일어난 지 5년이 지난 뒤 가해업체 중 처음으로 롯데마트가 공개사과와 피해 보상 관련 방안에 대한 기자회견을 열었다. / 롯데마트가 외주 생산해 판매한 '와이즐렉 가습기 살균제' 사진. 질병관리본부 제공 |
[미디어펜=신진주 기자]지난 2011년 봄,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 중환자실에 입원 중이던 임산부 다섯 명이 연쇄적으로 사망했다. 공통된 사인은 급성 폐질환.
산모들이 의문의 질환으로 사망하기 3년전 봄, 똑같은 증상으로 영유아들이 사망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산모와 영유아들의 죽음이 잇따르자 질병관리본부는 역학조사를 진행했고 연쇄적인 산모 사망의 원인은 '가습기 살균제'로 밝혀졌다.
마트에서 누구나 쉽게 살 수 있었던 생활용품이 사람의 목숨을 앗아갔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당시 국민들은 충격에 휩싸였다. 제조·판매 업체들은 전량 회수 및 폐기 조치를 취했다. 피해자는 있지만 가해자는 없는 체 시간은 흘러갔다.
안타까운 참사가 일어난 지 5년이 지난 뒤 가해업체 중 처음으로 롯데마트가 공개사과와 피해 보상 관련 방안에 대한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러나 고통의 세월을 보내던 피해자 측은 롯데마트 측의 사과에 진정성을 의심하며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18일 김종인 롯데마트 대표는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 롯데마트 가습기 살균제와 피해 사이 인과 관계가 확인된 피해자와 가족들을 위해 검찰 수사 종결 시, 피해 보상 협의를 바로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피해보상 전담 조직을 설치하고, 피해 보상이 필요한 분들의 선정 기준과 피해 보상 기준 등을 객관적으로 검토하며, 피해 보상 재원 마련 등을 준비할 방침을 밝혔다.
롯데마트는 '와이즐렉 가습기 살균제'를 외주 생산해 2006년 11월부터 2011년 8월까지 PB(유통업계 자체 브랜드) 상품으로 판매한 바 있다.
피해자 측은 롯데마트의 사과 시점을 꼬집었다. 이날은 검찰이 제품의 유해성 조사를 마무리하고 제조·유통사 관계자의 소환조사에 본격 착수하는 날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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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영유아 및 산모의 안타까운 참사가 일어난 지 5년이 지난 뒤 가해업체 중 처음으로 롯데마트가 공개사과와 피해 보상 관련 방안에 대한 기자회견을 열었다. / 롯데마트가 외주 생산해 판매한 '와이즐렉 가습기 살균제' 사진. 질병관리본부 제공 |
피해자 측 대표와 동행한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은 "롯데마트의 사과는 검찰을 위한 사과이지 피해자들을 위한 사과가 아니다"라며 비난했다.
검찰은 두 달 보름여 간의 분석·조사를 통해 문제가 된 가습기살균제 10여개 제품 가운데 ▲ 옥시싹싹 뉴가습기당번(옥시레킷벤키저) ▲ 와이즐렉 가습기 살균제(롯데마트 PB) ▲ 홈플러스 가습기청정제(홈플러스 PB) ▲ 세퓨 가습기 살균제(버터플라이이펙트) 등 4개 제품이 폐 손상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고 결론을 내렸다. 모두 PHMG 인산염 또는 PGH 성분을 함유한 제품이다.
검찰은 시장 점유율이 가장 높고 피해자 수도 가장 많은 영국계 옥시레킷벤키저에 수사 초점을 맞추고 롯데마트·홈플러스 등 다른 업체에 있어서도 강도 높은 조사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그동안 가습기살균제의 유해성 인지 여부를 줄 곧 부인해왔던 롯데마트 측이 스스로 보상을 약속한 것은 선제적 보상발표로 어떤 형태로든 여론을 유리하게 이끌어 보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롯데마트 측은 "그 동안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피해 원인 규명 등에 대한 적극적인 조치를 못한 부분에 대해 잘못을 인정 한다"면서 "하지만 더는 늦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이 자리를 마련했다"고 해명했다.
이어 "가습기 살균제 PB상품에 피해가 있을 것이라는 예측을 전혀 하지 못했기에 제대로 된 대안을 찾지 못하고 많은 시간이 지나게 됐다"며 "공식적으로 명확한 조사결과가 나오지 않았고, 피해여부 확인이 어려웠으며 그 범위 등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 보니 공신력 있는 검찰 수사를 존중할 생각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기본적으로 검찰에 수사 결과에 나오면 인과관계가 있는 것으로 발표된 피해자 대상으로 협의를 할 계획이고, 먼저 피해 보상과 관련해 100억원 정도의 재원을 마련할 방침이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측은 아직까지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은 옥시·홈플러스 등 다른 가해 업체에도 사과할 것을 촉구했다.
또 가해업체 피해보상 대책반을 공동으로 신설해 피해자들을 위한 방안을 제시할 것을 요구했다. 또 정부가 공개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는 극히 일부이므로 롯데마트 등 판매처에 신고 센터를 만들어 피해 신고를 접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사망자는 정부 집계로 140여명, 피해자 단체 집계로는 220여명에 달한다.
[미디어펜=신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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