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독립성 훼손 말아야" 의견도 다수
19일 금통위 기준금리 동결‧성장률 하향조정 예측 많아
[미디어펜=이원우 기자]한국은행의 경제성장률 수정 전망치와 기준금리가 결정되는 금융통화위원회가 하루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이주열 한은 총재가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강조하는 발언을 해 눈길을 끌고 있다.

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 참석을 위해 지난 주 미국 워싱턴DC를 방문한 이주열 총재는 지난 15일(현지시간) 개최된 기자간담회에서 "불확실할 때는 정책 여력을 아껴둘 필요가 있다"면서 "섣불리 통화정책을 쓰는 게 위험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 이주열 총재는 지난 15일(현지시간) 개최된 기자간담회에서 "불확실할 때는 정책 여력을 아껴둘 필요가 있다"면서 "섣불리 통화정책을 쓰는 게 위험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은행

이 총재의 발언은 두 가지 측면에서 다양한 해석을 야기했다. 첫 번째는 이 총재의 발언이 야당의 승리로 끝난 4‧13 총선 직후에 나왔다는 점이고, 두 번째는 한국은행의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직전에 나왔다는 점이다.

우선 이번 총선의 경우 선거일로 가까워올수록 '경제 공약'으로 승부수가 집중되는 특성을 보였다. 특히 새누리당이 내걸었던 '한국형 양적완화' 공약은 엄청난 논쟁을 야기하며 연일 뉴스의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양적완화 공약에서 한국은행은 빼놓을 수 없는 '변수'였다. 당국이 나서서 경기를 부양시키는 양적완화를 위해서는 기준금리 인하가 필수적인데, 그 주체가 한국은행인 까닭이다. 

새누리당은 물론이고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까지 "현재 연 1.5%인 한국의 기준금리는 주요국에 비해 높은 수준"이라면서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해야 한다는 취지로 발언을 이어갔다(지난 12일, 블룸버그통신 인터뷰).

일련의 상황은 '독립성'을 생명으로 해야 하는 한국은행으로서는 난처하기 짝이 없는 것이었다. 이주열 총재는 지난달 30일 기자들과의 오찬간담회에서 "한국은 선진국과 상황이 다르다"는 말로 양적완화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표명했다.

간담회 직후 "새누리당 공약에 대한 언급은 아니었다"는 내용으로 추가 자료를 내기는 했지만, 중앙은행의 수장으로서는 정치권으로부터 들어온 간접적 압력이 결코 달갑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총선이 끝나자 이 총재의 '소신 관철' 스탠스는 더욱 확고해지고 있다. 그는 이번 미국 방문 중 한국판 양적완화에 대해 "그동안 혼선이 있을까봐 가급적 코멘트를 하지 않았다"면서 "지금은 한은이 나설 상황이 아니다"라고 분명히 짚어서 발언하기도 했다. 단, 정부가 기업 구조조정을 추진해 나가는 과정에서 회사채 시장의 불안요소가 파생되는 등 돌발 상황이 생길 경우 한은이 나설 수 있다는 암시를 했을 뿐이었다.

양적완화를 내걸었던 새누리당이 총선에서 패배한 상황은 적어도 기준금리 결정에 있어서는 이주열 총재와 금융통화위원들의 어깨를 가볍게 만들어 줬으리라는 전망이 많다. 금융계 안팎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 교수는 "정치권에서 본인들 당선을 위해 한국은행과 각을 세우는 모습이 정말로 안타까웠다"면서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라 한국은행이 주체적인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오히려 힘을 실어줘야 할 시기"라고 강조했다.

한편 오는 19일로 예정된 금융통화위원회에서는 기준금리가 '동결'될 것이라는 예측이 많다. 양적완화 공약에 대한 강박에서 한시름 놓을 수 있게 된 정치적 상황에 덧붙여 금융통화위원들이 4월 금통위를 마지막으로 임기를 다한다는 점 또한 동결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 중 하나로 지목됐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금리인하의 실효성이 확실하게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4명의 금통위원이 임기를 마치는 이번 금통위에서 금리를 하향조정하는 게 부담으로 작용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면서 동결 의견을 냈다. 4년 전, 이번에 퇴임하는 금통위원들이 임명되기 직전에 개최된 지난 2012년 4월 13일 금통위에서도 기준금리는 연 3.25%로 동결됐었다.

노무라증권 또한 한국은행이 이달에 기준금리를 동결하고 7월과 10월경에 인하에 나설 것이라고 18일 전망했다. 권영선 수석 연구원은 "이주열 총재가 아직 금리를 내릴 시기가 아니라고 판단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근 금융투자협회가 채권시장 전문가 200명을 대상으로 펼친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80%가 넘는 응답자들이 기준금리 '동결'을 예상했다.

반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하향조정' 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19일 금통위에서 한국은행이 현재 3%로 되어있는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대로 내릴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는 국내외 연구기관들이 약속이라도 한 듯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2%대 중반으로 내리고 있는 최근 흐름과 관계가 있다. 지난 12일 국제통화기금(IMF)은 기존 3.2%던 대한민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7%로 0.5%p 하향조정 했다. 한국금융연구원 또한 기존 3.0%이던 전망치를 2.6%로 하향조정했으며 현대경제연구원은 2.5%, LG경제연구원은 2.4%를 제시했다.

이 총재는 이미 이번 미국 방문 기간에 "1분기가 좋지 않았기 때문에 당초보다 성장률 전망치를 내릴 가능성이 크다"며 하향조정을 어느 정도 확실시 한바 있다.

한국은행은 오는 19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기준금리를 결정하고 조정된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포함한 수정 경제 전망을 발표한다. 총선이 끝나고 한결 어깨가 가벼워진 듯한 이주열 총재와 금통위의 '소신'에 금융계의 모든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