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1.50%로 10개월째 동결하고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3.0%에서 2.8%로 수정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19일 오전 서울 중구 남대문로 한국은행 본관에서 정례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전월과 같은 연 1.50%로 동결하며 기존 3.0%로 발표됐던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2.8%로 수정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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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1.50%로 10개월째 동결하고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3.0%에서 2.8%로 수정했다. /한국은행 |
한은 이주열 총재는 금통위 종료 후 기자간담회를 열어 "앞으로 세계경제는 미국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완만하나마 회복세를 이어가겠지만 신흥시장국의 상황에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하면서 "성장경로의 불확실성은 여전히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기준금리 동결의 이유를 설명했다.
이는 우선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정책여력을 가늠하겠다는 기조로 풀이된다. 하나금융투자 이미선 연구원 또한 이번 한은의 결정에 대해 "금리인하의 여지를 열어뒀지만 시점이 지연될 가능성이 커졌다"고 해설했다.
특히 이 총재는 향후 금통위의 행보에 대해 "앞으로 성장세 회복을 지원하고 중기적 시계에서 물가안정 기조가 유지되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금융안정에도 유의해 통화정책을 운용해 나갈 것"이라고 알렸다. 이주열 총재는 연 1.50%의 현 기준금리에 대해 "인하 여지가 있는 것은 맞지만 현 기준금리가 완화적인 수준임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이번 금리 동결은 이미 금융권 안팎에서도 '다수 의견'을 점하고 있는 상태였다. 최근 한국금융투자협회가 채권 관련 기관 종사자 2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 101명 중 86.1%가 4월 기준금리 '동결'을 예상했다. 노무라증권, 하이투자증권, 동부증권 등 다수 증권사들도 동결 의견을 냈다.
금융계 안팎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 교수는 기준금리를 인하하지 않은 이번 결정에 대해 "향후 기업 구조조정 등 산적한 과제들이 원활하게 풀리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 완충 장치(buffer)를 마련해 두려는 의도"라고 풀이했다. 그러면서 "대외적으로는 중국 변수가 어떻게 진행되는지를 함게 고려해 경우에 따라 추가 인하 가능성은 남아있다"고 내다봤다.
지난 2월과 3월 금통위에서 유일하게 '금리 인하' 의견을 냈던 하성근 위원은 이날 금통위에서도 다시 한 번 기준금리를 0.25%p 내려야 한다는 소수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 위원을 포함한 네 명의 금통위원은 이번 위원회를 마지막으로 오는 20일 임기가 만료된다. 신임 금통위원으로는 조동철 한국개발연구원 수석이코노미스트(기획재정부 장관 추천), 이일형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원장(한국은행 총재 추천), 고승범 금융위원회 상임위원(금융위원장 추천), 신인석 자본시장연구원 원장(대한상공회의소장 추천) 등 4인이 임명된다. 한은의 다음번 금융통화위원회는 내달 13일이다.
한편 금통위는 이달 본회의에서 기존 3.0%로 발표됐던 한국은행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8%로 수정한다고 발표했다.
한은의 이번 전망치 수정은 국내외 주요기관들의 움직임과 궤를 같이 한 것이다. 이미 지난 12일 국제통화기금(IMF)은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7%로 0.5%p 하향조정 했다. 한국금융연구원과 현대경제연구원, LG경제연구원 등도 각각 2.6%, 2.5%, 2.4%의 하향조정된 성장률 전망치를 내놓았다.
이주열 총재 역시 지난 1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개최된 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에 참석해서 "1분기가 좋지 않았기 때문에 당초보다 성장률 전망치를 내릴 가능성이 크다"며 전망치 하향조정을 어느 정도 확실하게 암시한바 있다.
2.8%로 하향조정된 경제성장률 전망치에 대해 이 총재는 "1분기 실적이 지난 1월에 예상했던 수준에 미치지 못했던 점"을 주 원인으로 짚었다. 또한 "유가 하락이나 여러 이유로 인해 세계 경제의 성장률 전망치가 낮아진 점"도 주된 이유로 꼽았다. 단 이 총재는 "2분기 이후 완만한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는 시각에는 큰 차이가 없다"고 부연했다.
성장률 전망치 하락에 대해 자본시장연구원 이효섭 연구위원은 "수출 둔화, 소비 부진이 겹친 데다 소득수지 개선 조짐마저 보이지 않다 보니 성장여력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면서도 "총수요 부진으로 인한 성장률 하향세는 전 세계적인 현상"이라고 구분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기업들의 실적은 좋게 나오고 있어 선진국들과 비교해 봐도 한국의 경제 상황은 상대적으로 양호한 수준"이라고 해설했다.
이날 한국은행 기자간담회에서는 지난 총선 최대의 화두였던 '양적완화'에 대한 질문도 여러 차례 나왔다. 이와 관련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우선 "양적완화라고 하는 표현의 의미를 분명히 해야 한다"고 운을 뗐다.
"우리나라의 경우 (양적완화는) 기업 구조조정 지원과 관련해서 중앙은행의 발권력을 동원한다는 의미"라고 구분한 이 총재는 "한국적 의미에서의 양적완화와 금리 인하(통화정책) 사이에는 거리가 있다"고 선을 그었다.
"기업 구조조정이 대단히 중요한 국가적 과제이긴 하지만 현재 금융시장 상황을 보면 구조조정 재원을 조달하는 데 아직은 큰 애로가 없는 상황으로 판단한다"고 말한 이 총재는 현 시점에서의 양적완화에 대해서는 다소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다만 "신용경색이 생기거나 우량 기업조차 자금조달이 어려워지는 상황이 올 경우 한국은행이 적극적이고 직접적인 지원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 제기된 기획재정부 유일호 장관과의 '엇박자'에 대해서 이주열 총재는 "우리 경제를 보는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의 시각에 큰 차이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상황에 따라 뉘앙스가 달라질 뿐 기본적인 차이는 없다고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강조했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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