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살균제 최대 가해업체 옥시, 증거인멸 정황 포착
   
▲ 이번 사건의 최대 가해업체로 지목된 옥시는 피해자의 약 70%가 옥시 제품을 사용했음에도 불구하고 사과는 커녕 아무런 입장도 밝히지 않아 공분을 사고 있다. /옥시 싹싹 가습기 살균제 제품 사진. 사진=질병관리본부
[미디어펜=신진주 기자]"안타깝네요. 그런 살인 행위를 하고도 철퇴를 맞지 않는다면 이 세상 어찌 살겠습니다"

최근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에 대한 대대적인 검찰 수사에 들어갔다. 5년 전 불거진 문제에 대해 정부가 이제야 수사에 착수했다는 것에 국민들은 분노하고 있다.

'뒷북 수사', '늑장 수사'가 들어간 만큼 철저히 명백한 진상 규명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특히 이번 사건의 최대 가해업체로 지목된 옥시는 피해자의 약 70%가 옥시 제품을 사용했음에도 불구하고 사과는 커녕 아무런 입장도 밝히지 않아 공분을 사고 있다.

지난 19일 가장 많은 피해를 입힌 영국계 제조사 옥시레킷벤키저(옥시) 임원이 검찰에 소환됐다. 가습기 살균제로 사망한 146명 가운데 103명이 옥시 제품을 쓴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김 상무에게 가습기 살균제 제품 출시 전후의 사내 의사결정 체계 등 운영 시스템 전반을 물은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옥시 측이 문제의 PHMG인산염 성분 제조사인 SK케미칼이 제공한 물질안전보건자료(MSDS)를 일괄 폐기한 단서를 확보했다고 전했다.

검찰은 올 2월 옥시 본사 등의 압수수색 과정에서 2001년부터 보건당국이 제품 수거와 함께 판매 중단을 명령한 2011년 말까지 10년치의 MSDS를 옥시 측이 통째로 폐기 또는 삭제한 사실을 확인했다. 물질안전보건자료에는 "먹거나 마시거나 흡연하지 마시오" 라는 경고가 나와 있다.

검찰은 특히 디지털포렌식 기술을 통해 삭제된 메일을 복구하면서 옥시 측이 검찰 수사가 시작되기 전 고의로 해당 자료를 없애버린 정황을 일부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차후 민·형사 분쟁이 발생했을 때 옥시 측이 제품의 유해성을 미리 예견했을 가능성을 암시하는 유력한 단서가 될 자료로 볼 수 있다.

또 검찰은 옥시 내부서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이 제기됐다는 점도 면밀히 살피고 있다. 내부 문건엔 독성실험 계획안이 담겨 있었지만 실제 실험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 외에도 사망자가 나오기 전에 피해자들이 몸이 안 좋다는 글을 업체 측에 올렸지만 그 글을 삭제했다는 얘기도 있다.

만약 이 모든 것이 사실이면 유해성을 알고 있었는데 이를 무시한 것으로 판단될 수 있으므로 형사책임, 즉 살인죄까지 적용시킬 수 있다.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가 유한 회사의 형사처벌 가능성이다. 옥시는 가습기 살균제 피해 사태가 확산하던 2011년 말 주식회사를 유한회사로 변경했다.

유한회사는 외부 회계 감사를 받을 의무가 없고, 경영 실적 공시 의무도 없는 회사 형태다. 외부 감시, 규제에서 벗어나 폐쇄적으로 회사 운영이 가능하기 때문에 외국계 기업이 주로 설립하고 있다.

이 기업은 법적으로 존속하지 않아 통상적으로 형서처벌을 받기 어렵다. 형사소송법 328조에는 "피고인이 사망하거나 피고인인 법인이 존속하지 않을 경우 공소기각 결정을 하도록" 돼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사례의 경우 형사처벌과 사후 책임을 피하려고 의도적으로 법인을 바꾼 경우 과거 범죄에 따른 책임을 지울 수 있다고 법조계는 설명하고 있다.

한 네티즌은 "그동안 피해자들이 사과와 보상을 요구하는 눈물겨운 싸움을 벌여왔으나 업체들은 침묵으로 일관했다. 늦었지만 진상규명을 명백히 해 회사명까지 바꾸며 증거인멸을 한 악덕 옥시를 엄중히 처벌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사망자는 정부 집계로 140여명, 피해자 단체 집계로는 220여명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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