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총선 패배에도 '양적완화' 추진 의지
[미디어펜=이원우 기자]4‧13 총선 이후 한국은행의 역할에 대한 다양한 시선이 교차하고 있다. 한국은행의 존립 목적으로 '고용 안정'을 법제화해야 한다는 의견, 한국판 양적완화를 법제화 해야 한다는 요구와 한은의 '독립성'을 정치권이 흔들어선 안 된다는 견해까지 다양한 생각들이 충돌하고 있다.

새누리당 정희수 의원은 일찌감치 작년 8월부터 한국은행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정 의원 개정안은 한국은행법에서 한은의 존립 목적에 '고용안정'을 추가해야 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 이주열 총재는 총선 직후 한국형 양적완화에 대해 다소 부정적인 견해를 드러냈다. /한국은행


현행 한국은행법에는 한은의 존재목적에 대해 "효율적인 통화신용정책의 수립과 집행을 통하여 물가안정을 도모함"이라고 명시돼 있다. 매달 개최되고 있는 금융통화위원회 정책방향 문서에서도 세계경제, 국내경제, 소비자물가, 금융시장 등의 항목만이 존재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정 의원은 "주요 20개국(G20) 대부분 국가의 중앙은행, 특히 미국과 호주는 고용안정을 중앙은행의 설립 목적에 규정해 장기적인 경제 잠재력 확대를 꾀하고 있다"며 개정안 취지를 설명했다. 

또 해를 바꿔 총선 정국으로 진입하면서부터는 한국은행법을 통해 '한국판 양적완화'를 실현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되기 시작했다.

흐름을 주도한 것은 물론 '양적완화'를 공약으로 내건 새누리당이었다. 공약의 핵심내용은 한국은행의 발권력을 동원해 산업은행의 구조조정 여력을 끌어올린다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총선 공약 전체를 통틀어서 가장 큰 관심을 받았다고 볼 수 있는 양적완화에 대해 새누리당은 '선거 승패와 관계없이 양적완화는 추진한다는 방침'을 재천명하고 있다.

새누리당 한 관계자는 "공약이었던 만큼 원안대로 추진한다는 게 기본입장"이라면서 "원내대표단 구성 즉시 (개정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계 안팎에서는 원내대표를 선출하는 대로 당정 협의가 재개되면서 양적완화 추진에도 탄력이 붙을 것이라는 예측이 많다.

새누리당 내 최고의 경제전문가로 손꼽히면서 이번 총선에서 공약본부장으로 활약한 김종석 비례대표 당선자 역시 공약 추진의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여러 차례 한국 경제의 상황을 "항암제 투여를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라면서 양적완화의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여당의 움직임을 바라보는 당사자 한국은행의 표정은 미묘해 보인다. 특히 선거 전 극도로 말을 조심하는 모습을 보였던 이주열 총재는 총선 직후 한국형 양적완화에 대해 다소 부정적인 견해를 드러냈다.

지난 19일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개최된 기자간담회에서 이 총재는 "기업 구조조정이 대단히 중요한 국가적 과제이긴 하지만 현재 금융시장 상황을 보면 구조조정 재원을 조달하는 데 아직은 큰 애로가 없는 상황으로 판단한다"고 발언했다.

곧이어 "신용경색이 생기거나 우량 기업조차 자금조달이 어려워지는 상황이 올 경우 한국은행이 적극적이고 직접적인 지원을 할 수 있다"고 덧붙였지만 현 시점에서의 양적완화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음을 알 수 있는 발언이었다.

당과 한은 이외에 정부의 반응은 복잡미묘하다. 특히 유일호 기획재정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는 양적완화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과 부정적인 발언을 전부 한 적이 있다. 한은법 소관 부처인 기획재정부 역시 새누리당과 한국은행의 입장 모두를 긍정하는 뉘앙스로 일관하고 있다. 결국 관건은 '당정 협의'라는 쪽으로 견해들이 정리되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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