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상일 기자]진위 논란이 인 천경자의 '미인도'를 그렸다고 주장하다 지난 3월 입장을 번복한 권춘식 씨가 또다시 말을 바꿨다.

천 화백의 차녀 김정희 씨를 대리하는 '위작 미인도 폐기와 작가 인권 옹호를 위한 공동변호인단'은 지난 27일 국립현대미술관 전·현직 관계자들을 고소·고발하면서 권씨의 새로운 진술서를 검찰에 전달했다.

변호인단은 "권씨가 (지난 3월) 진술 번복은 화랑협회 관계자의 강권 때문에 압박을 느껴 이뤄진 것이며, 국립현대미술관의 미인도는 자신이 그린 것이라는 의견에 변함이 없다는 인증 진술서를 제출했다"고 말했다.

공동변호인단의 배금자 변호사는 28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권씨가 지난 2월 방송 프로그램의 취재에 응할 때 화랑협회 사람들로부터 압박과 회유를 받았다"면서 "권씨와 화랑협회 관계자의 통화를 녹음한 파일도 확보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권씨가 지난달에 그림을 그리지 않았다고 했다가 불과 한 달여 만에 그림을 그렸다고 진술을 번복함에 따라 미인도 문제의 진실은 더욱 알 수 없게 됐다. 

앞서 권씨는 지난달 초 "1978년 위작 의뢰자에게 세 점을 그려줬는데, 검찰 수사 과정에서 나 스스로 미인도와 착각해서 말한 것 같다"며 그림을 그린 기억이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방송에 위조범으로만 나오니 부담이 됐다"면서 "그간 논란에 시달렸는데, 이제는 (논란을) 떠나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애초 권씨가 미인도에 대해 언급한 시기는 1999년으로, 당시 고서화 위작 사건으로 검찰 수사를 받는 과정에서 화랑을 운영하는 친구의 요청을 받고 미인도를 그렸다고 진술한 바 있다.

미술계에서는 자꾸만 말을 바꾸는 권씨의 주장을 곧이곧대로 믿기 어렵다는 의견이 많다.

미술계 관계자는 "가짜를 만드는 사람이 대중 앞에서 이랬다저랬다 하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참회하는 마음으로 자중해야 하는데, 상식에 어긋나는 행동을 하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천 화백의 유족과 국립현대미술관 사이의 소송전이 불거지면서 권씨는 물론 미술계 전체가 비난을 받을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 다른 미술계 관계자는 "많은 미술 전문가들이 국립현대미술관 수장고에 있다는 미인도를 본 적이 없다"며 "미술계 안에서 충분히 공론화하고 해결할 수 있는 문제를 법정에서 다루게 돼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이상일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