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박근혜 대통령의 '한 마디'로 카카오에 힘이 실렸지만 카카오가 추진하고 있는 인터넷 전문은행 출범에는 여전히 장애물이 산적해 있다.
지난 26일 박근혜 대통령은 언론사 편집국장‧보도국장과의 간담회에서 대기업집단 지정제도에 대해 직접적으로 언급했다. "대기업집단 지정제도는 시대에 맞게 바뀌어야 한다"고 말문을 연 대통령은 "카카오 등 뭘 좀 해보려고 해도 대기업으로 지정돼 이것도 못하고 저것도 못하게 되면 누가 더 크려고 하겠나"라고 직접 사명까지 언급하며 현행 대기업집단 지정제도에 대한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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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6일 박근혜 대통령은 언론사 편집국장‧보도국장과의 간담회에서 대기업집단 지정제도에 대해 직접적으로 언급했다. /연합뉴스 |
현재 대기업집단(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지정제도를 직접 운용하는 것은 공정거래위원회다. 지난 1일 공정위는 자산 총액 5조원 이상인 총 65개 그룹을 대기업 집단으로 지정했다. 여기에는 카카오 등 6개 집단도 포함돼 화제가 됐다.
문제는 카카오가 보유한 자회사들의 대부분이 자산 규모 80억 원 전후의 중소기업이라는 점이다. 로엔 엔터테인먼트 등 상위 5개사 때문에 대기업 집단으로 분류되고 말았지만 모바일 서비스 분야 자회사 중에서는 창업초기의 스타트업 벤처기업들이 많아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대기업집단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는 게 중론이다.
그럼에도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된 이상 카카오는 삼성그룹과 같은 수준의 규제를 받아야 하는 입장이 됐다. 이로 인해 새롭게 적용받는 규제만 80개 가까이 되는 데다 신사업 추진에도 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다. 안 그래도 은행법 규제 때문에 난항에 놓인 인터넷 전문은행 출범도 더욱 어려워지는 것 아니냐는 의견에도 힘이 실렸다.
그러나 26일 대통령의 발언이 알려지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28일 공정위 측이 대기업집단 지정제도에 대해 "현실에 맞게 개선할 예정"이라면서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합리적 방안을 만들겠다"고 밝힌 것이다.
현재 업계 안팎에서 나오고 있는 대안은 두 가지다. 첫 번째는 공정위가 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하는 자산 기준을 5조원에서 7조~10조원 등으로 올리는 방법이다. 두 번째는 현재처럼 대기업의 기준을 '절대평가'로 하는 게 아니라 '자산총액 상위 30대 그룹'과 같은 식의 '상대평가'를 실시하는 것이다. 실제로 1993년부터 2001년까지의 대기업 제도는 상대평가로 운영됐다.
둘 중에서 보다 진행이 수월한 쪽은 첫 번째 방안이다. 자산 기준을 조정하는 일은 시행령 개정만으로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상대평가'로 가기 위해서는 법 개정이 필요해 국회 논의를 거쳐야 한다. 금융계 한 고위관계자는 "대통령이 카카오 등의 기업명까지 직접 언급하면서 제기한 문제인 만큼 법 개정보다는 시행령을 바꾸는 수준에서 진행되지 않을까 싶다"고 예측했다.
한편 카카오가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인터넷 전문은행에 대해서는 설령 카카오가 대기업집단에서 제외된다고 해도 남아 있는 장애물이 녹록치 않다는 의견이 많다. 현재 인터넷 전문은행 출범에 장애로 작용하고 있는 법은 은행법이기 때문이다.
현행 은행법은 산업자본(비금융주력사)이 보유할 수 있는 은행 지분 보유 한도를 10%(의결권 있는 지분은 4%)로 제한하고 있어 현재로서는 카카오의 대기업집단 여부와 관계없이 인터넷 전문은행에 지배주주로 참여하는 데에는 무리가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인터넷 전문은행이 은행법에 가로 막혀 있는 점에 대해 "대기업집단 문제만큼이나 심각한 사안이지만, 야당이 워낙 강경하게 반대하고 있어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한 당직자는 "은행법 개정안에 찬성 의사를 밝힌 국민의당이 동참해 주길 기대하고 있다"고 밝히면서도 "19대 국회에서 통과가 가능하다는 기대는 하고 있지 못한 게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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