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주년 기념 간담회서 '부실채권 정리' 청사진 드러내
[미디어펜=이원우 기자]지난 달 29일 취임 1주년을 맞은 농협금융지주 김용환 회장이 해외진출과 부실채권 정리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드러냈다.

농협금융지주 김용환 회장은 3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 뱅커스클럽에서 개최된 취임 1주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선택과 집중을 통한 해외진출로 비은행계 수익을 제고시킬 것"이라는 포부와 함께 "부실채권 문제를 확실하게 해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지난 달 29일 취임 1주년을 맞은 농협금융지주 김용환 회장이 3일 개최된 출입기자 초청 간담회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농협금융


오찬과 함께 진행된 이날 기자간담회는 농협금융 산하 7개 CEO와 농협지주 주요 임직원들이 배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김용환 회장은 약 30분에 걸쳐 취임 후 1년간의 성과와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얘기했다.

김 회장은 지난 1년간의 성과를 6개월 단위로 끊어서 정리했다. 첫 6개월은 조직 개편과 제도 보완에 힘썼고 후반 6개월은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대기업 여신 문제에 많이 치중했다고 털어놨다. 

"앞으로 농협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비은행계의 성장이 중요하다"고 손꼽은 김 회장은 해외진출에 대한 포부를 드러냈다. "늦게 가는 만큼 다르게 가야 한다"고 말한 김 회장은 지분투자나 합작회사, 프로젝트 파이낸스(PF) 등의 방식으로 진출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발표했다. 베트남 인도네시아 캄보디아 등 동남아 진출 의지도 드러냈다.

한편 이날 발언의 무게중심은 역시 해운‧조선업에 대한 부실채권 문제로 집중됐다. "국가의 5대 취약 업종과 농협의 취약성에는 공통된 부분이 많다"고 짚은 김 회장은 "부실여신이 많아 1분기 실적이 좋지 않았고, 향후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하면서 향후 빅 배스(Big Bath) 계획이 있음을 암시했다. 

빅 배스란 부실자산을 있는 그대로 한 번에 드러내는 회계기법을 의미한다. 김 회장은 "현재 부실 규모와 향후 2년 내 예상되는 부실 규모를 전부 파악하도록 했다"면서 "부실채권 상황을 확실히 파악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한편 김 회장 취임 1주년이었던 지난 달 29일에는 농협 주요 임직원 438명이 리더십 컨퍼런스를 통한 '밤샘 토론회'가 있었던 것으로 언급됐다. 김 회장은 이 자리에서 농협의 심각한 상황에 대한 인식과 공유가 이뤄졌다고 말하면서 "어떻게 실천할 것인가가 관건"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김용환 회장은 최근 또 다른 화두로 부상하고 있는 성과주의에 대해서도 도입 의지를 나타냈다. "가장 중요한건 은행"이라고 짚은 김 회장은 "은행은 규모가 커서 성과주의를 적용하는 데에는 많은 분석이 필요하다"면서도 "어떻게 적용할 것인지 연구를 하고 있으니 지켜봐 달라"고 의지를 보였다.

한편 한진해운 채권단은 오는 4일 산업은행에서 만나 조건부 자율협약 여부를 논의한다. 산업은행과 농협을 포함한 7개 은행이 채권단으로 참여하는 가운데 일단 자율협약 가능성은 높은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그러나 자율협약 이후의 항로도 쉬워 보이지는 않는다. 농협금융의 경우 올해 1분기에만 조선‧해운업종에 3328억 원의 충당금을 쌓은 가운데 업계 안팎에선 농협이 '임금삭감' 카드를 만지작거린다는 얘기까지 돌고 있다. 

3일 간담회에 참석한 주요 자회사 CEO는 "지난달 밤샘 토론에서도 그런 얘기(임금 삭감 가능성)는 나오지 않았다"고 부정했지만, 그런 얘기가 나올 만큼 상황이 엄중하게 돌아가고 있는 것만큼은 사실이다. 취임 2년차를 맞는 김용환호(號)의 앞길에는 아직 만만치 않은 암초들이 잠복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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