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과 극 안개 판세 속 시작된 후보 토론에서 분위기 압도
[미디어펜=김소정 기자]‘친박도 비박도 똘똘 뭉쳤다.’

새누리 신임 원내대표로 4선인 정진석 당선자가 3일 선출됐다. 정진석·나경원·유기준 후보의 3파전으로 치러진 만큼 당초 결선투표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하지만 ‘정진석 원내대표-김광림 정책위의장’팀은 1차투표에서 과반을 훌쩍 넘겨 단번에 승리를 거머쥐었다.

친박도 비박도 아니고 범친박으로 분류된 정 후보에 대해서는 당초 표를 왕창 얻거나 아니면 표를 전혀 못 얻어서 꼴찌를 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다. 당내 친박으로 분류되는 의원이 많은 상황에서 친박계인 유기준 후보와 정 후보가 표를 골고루 나눠갖지 않고 정 후보 쪽으로 표가 몰린 점에서 ‘친박 표심’이 하나가 된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서 ‘친박이 물밑 지원을 했다’느니 ‘친박의 재가동’ 식의 해석은 과도하다. 경선 전 같은 당 의원들끼리 소통하는 것은 당연하고 그게 없으면 오히려 문제가 있다. 그래서 당 외부 일각에서 주장하듯이 정 원내대표가 내세운 협치나 당청관계 변화 약속 등에 의구심이 든다는 관측은 성급하다.

새누리당은 일찌감치 국민의당에서 선발된 박지원 원내대표의 대항마로 정 후보를 선택했다. 집권정당이 대통령 임기 말기 1당 자리를 내준 위기상황에서 당의 이익을 위해 결속하는 것은 당연하다. 

정진석 원내대표와 김광림 정책위의장 팀의 강점은 풍부한 경륜이었다. 정 원내대표의 노련한 협상력과 김 정책위의장의 경제전문성은 경쟁력이 충분했다. 거대 야당을 상대로 환상적인 협치를 구현해야 하는 여당으로서 정 후보가 국민의당 박 원내대표와 친분이 있는 것도 장점인 것이 분명하다.

게다가 새누리당의 원내대표는 앞으로 가깝게는 비상대책위원장을 만들고, 멀리는 대선후보를 만들어내야 하는 역할을 맡아야 한다. 또 당내 계파 문제를 잘 녹여내면서 당청관계를 어떻게 끌고갈지도 중요하다. 지난 공천에서 탈락해 탈당한 의원들을 복당시키는 문제도 결정해야 한다. 

이런 면에서 경선 이전부터 정 후보는 여러 계파의 고른 득표가 예상됐고, 또 내세운 비전도 상당히 절충적인 입장이라는 평가를 받아온 것이 사실이다. 실제 이날 원내대표 경선 토론에서도 정 후보 팀은 분위기를 압도했다. 상호토론에서 유 후보와 나 후보 모두 첫 질문 상대로 정 후보를 지목해 이미 강자로서 존재감을 과시했다.

   
▲ 3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 '2016 원내대표 및 정책위원회의장 선출 당선자 총회'에서 신임 원내대표로 선출된 정진석 당선인이 당선 소감을 밝히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유 후보는 ‘정 후보가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와의 친분관계를 내세우며 이를 경선에 이용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정 후보는 “박지원 의원과의 친분이 유리하다고 발언한 바 없다”고 잘라 말하면서도 박 원내대표와의 친분을 과시했다. 이에 유 후보는 “다시 질문할 기회가 없어 유감”이라며 응수했다. 
 
나 후보도 정 후보를 향해 ‘정무수석 재임 당시를 보면 박지원 대표와의 관계에서 썩 잘한 모습이 아니다’라고 공격했다. 이에 정 후보는 “당시 연말까지 마무리해야 하는 합의를 12월8일에 끝낸 경험이 있다”며 ‘정치 9단’인 박 원내대표를 상대해 성과를 낼 수 있는 적임자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런 결과 이날 경선에 참가한 총 119명 중 정 후보가 69표, 비박인 나 후보가 43표, 친박인 유 후보가 7표를 얻어 정 후보가 새 원내사령탑이 됐다.

두 사람은 여유 있는 모습을 보이면서 토론 분위기를 주도했다. 토론에 참가했던 한 의원은 “계파로 표가 나눠진 것보다 충청권 표가 정 후보에게 몰렸고 TK표가 김 후보에게 간 것 같다”고 했다. 또 다른 의원은 “야당과 협상할 때 무게감을 생각했을 것이다. 또 여당이기 때문에 당청관계 문제를 푸는 것도 생각해야 한다”고 했다. 한 비례대표 당선자는 “토론이 이렇게 큰 영향을 줄지 몰랐다”고 소회를 밝혔다. 

정 원내대표는 지난 4.13 총선에서 충남 공주·부여·청양의 당선인이다. 19대 국회에서는 당 사무총장을 지냈다. 지난 이명박 정부에서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냈고, 범 친박계로 분류되면서도 비박 진영과도 우호적 관계를 잘 유지해왔다. 

그는 당선 소감에서 “박근혜 정부를 잘 마무리하는 마무리투수 겸 새 정권을 창출하는 선발투수를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이 고단한 여정을 모두 함께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대동단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원 여러분 한분 한분의 지혜와 역량을 모아 여러분들의 자율성과 정책전문성을 극대화해 최고의 정당을 만들겠다. 우리에게 등 돌린, 회초리를 든 민심을 찾아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는 또 이날 지난 2016년 세종시 파동 직후 당이 분당 위기에 빠졌을 때를 언급했다. 당시 청와대 정무수석으로서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당 대표를 설득했던 일화를 소개하며 “두 분의 협력이 정권 재창출로 이어졌다. 더 이상 친박 비박으로 나눠서 싸우면 안된다”면서 “전면 소통하고 전면 단결하고 전면 협력해야 한다. 제가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 원내대표는 “지금 위기상황의 유일한 탈출구는 협치다. 협치는 3당체제를 만든 국민의 명령이다. 야당의 지지가 없으면 대통령이 명령해도 국회의 문턱을 넘을 수 없다”는 말로 여당이 나아갈 방향도 제시했다. 

한때 새누리당의 신임 원내대표를 놓고 합의추대를 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총선 이후 처음 치르는 원내대표 선출에서 자칫 공천 파동이 재연돼 계파간 다툼이 벌어질까 우려한 것이다. 

만약 이날 과반수를 넘는 후보가 없어서 표를 많이 얻은 두 후보가 결선투표까지 갔다면 친박의 표심이 드러나게 되고, 또 계파 갈등을 키우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었다. 이런 당내 표심이 정 후보가 압승하기를 바라는 쪽으로 쏠렸다는 점에서 모처럼 새누리당 전체가 똘똘 뭉쳐서 얻어낸 쾌거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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