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라 MOU 체결 '금융영토 확장'…일부 우려도
[미디어펜=이원우 기자]박근혜 대통령의 '히잡 외교'에 금융권도 수혜를 입을 전망이다.

박 대통령의 이번 이란 방문에 '사절단'으로 함께 나선 금융권 주요 인사는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이덕훈 수출입은행장, 함영주 KEB하나은행장 등이다. 이들은 각각 이란의 주요 금융기관들과 업무제휴를 체결하면서 '금융 영토' 확장에 앞장서고 있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3연속 MOU' 체결로 일찌감치 금융영토 확장 행보에 박차를 가했다.

   
▲ 왼쪽부터 산업은행 이동걸 회장, 이란중앙은행 골라말리 캄얍(Gholamali Kamyab) 부총재가 MOU 체결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산업은행


지난 1일 이란으로 출국한 이 회장은 다음날인 2일부터 이란 중앙은행과 MOU를 체결하는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산업은행과 이란중앙은행은 이번 MOU 체결을 계기로 "양국의 국가․지역경제 발전을 위한 금융과 산업 관련 정보 공유를 포함한 다방면에서 협력을 강화한다"는 내용에 서명했다. 이 자리에서 이동걸 회장은 산업은행의 개발금융 지원과 PF 역량을 적극 홍보하면서 경제제재가 풀린 이란의 발전을 위해 '실질적 금융지원'을 하겠다고 밝혔다.

이튿날인 3일 이 회장은 이란산업개발재건기구(IDRO)와 이란 4대 상업은행 중 하나인 멜라트(Mellat) 은행과도 각각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란산업개발재건기구(Industrial Development and Renovation Organization of Iran)는 1967년 설립된 이란의 국영 산업개발기관이다. 이번 MOU 체결을 계기로 두 기관은 이란 국내 주요산업 개발, 자본투자, 개발금융에 대한 정보와 경험을 공유하고 컨퍼런스나 포럼을 통한 지식공유에도 상호 협력하기로 했다.

멜랏은행은 이란의 대표적 4대 상업은행 중 하나로 수출입금융을 포함한 전반적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서울지점도 개설돼 이란계 금융기관의 아시아 비즈니스 허브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산은과 멜랏은행은 신디케이트 론, 프로젝트 파이낸스(PF), 자본시장, 파생상품, 수출입금융 등의 업무분야에서 협력을 확대하기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

수출입은행 이덕훈 은행장 역시 지난 2일부터 희소식을 전했다. 한국 기업의 대이란 수출과 수주 지원을 위해 이란중앙은행과 90억 달러 규모의 수출금융 기본여신약정(FA) 체결을 위한 양해각서에 서명한 것이다. 이에 따라 수출입은행은 이란의 병원, 교통, 정유, 석유화학, 제철, 선박, 발전 부문 등에 대한 수출과 수주 지원에 나선다.

수출입은행은 이란 보건의료 분야에 진출할 한국 기업에 대한 수주 지원 체제도 함께 구축했다. 이날 이 행장은 같은 자리에서 하산 하쉐미(Hassan Hashemi) 이란 보건의료교육부 장관과 20억 달러 규모의 이란 병원건설사업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에도 사인했다.

   
▲ 지난 2일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이광구 우리은행장(오른쪽)이 Kamran Ekhitiar 파사르가드 은행 상임이사와 함께 업무제휴를 체결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우리은행


시중은행 중에서는 우리은행이 성과를 냈다. 이번 이란 방문을 계기로 국내 은행 최초로 이란 수도 테헤란에 사무소를 신설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지난 2일 우리은행은 이광구 우리은행장을 비롯해 이란중앙은행,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현지 진출 한국기업 등 국내외 주요 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우리은행 이란사무소에서 개소식을 진행했다. 

이미 이란과 '원화결제시스템', '이란 교역‧투자지원센터'를 운용하고 있는 우리은행은 두바이, 바레인 지점과 함께 중동지역 금융벨트를 구축해 양국 상호간 연계를 통한 금융서비스를 지원할 계획이다.

한편 이번 성과에 대해 너무 이른 낙관은 시기상조라는 지적도 있다. 특히 한국 내부에서는 박 대통령의 이번 방문이 거둔 성과를 '잭팟'으로 표현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도 일부 존재하는 상황이다.

한 금융권 고위관계자는 "경제제재는 풀렸지만 이란은 여전히 제도적‧정서적으로 우리에게 낯설고 먼 나라"라면서 "아직 시작단계인 만큼 지속적인 관심과 후속작업에 정성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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