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상일 기자] 육군 병사의 피로도가 만성 C형간염 환자와 비슷한 수준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와 충격을 주고 있다.
5일 최스미 서울대학교 간호대학 교수와 홍은지 국군 간호사관학교 교수 연구팀이 수도권 소재 4개 육군 부대 병사 300명을 설문한 결과에 따르면 병사들의 피로도는 3.72(±1.05)점으로 만성 C형간염 환자의 3.8점과 비슷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피로도 설문은 FSS(Fatigue Severity Scale) 방식으로 평가됐다. FSS는 '자가 진단 피로도 테스트'라고도 불리며, 국내외 연구에서 환자의 피로도를 측정하기 위한 지수로 이용한다. 피로도가 가장 높으면 7점, 가장 낮으면 1점이다.
연구팀은 "설문 대상자의 평균 나이가 22세라는 점을 고려하면 병사들의 피로도는 결코 낮은 수준이 아니다"라면서 "병사들의 피로는 국방력의 비전투 손실에 영향을 줄 수 있어 만성피로로 진행되지 않도록 피로에 대한 감별과 중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병사들의 피로를 증가시키는 주관적인 요인으로는 상당수가 새벽에 투입되는 근무를 꼽았다.
실제 교대근무가 2개 이상인 병사의 피로도(3.89)는 1개인 병사의 피로도(3.57)보다 유의하게 높았다.
또 내무반의 좁은 개인 영역으로 인한 불편함도 피로 악화요인 중 하나였다. 대상자들은 야간에 옆 사람이 교대근무를 위해 옷을 갈아입거나, 코를 심하게 고는 행위로 수면에 방해받는 경우가 많다고 응답했다.
이번 연구에서 병사들의 평균 수면시간은 7.08시간으로 군대 일과표에 규정된 8시간보다 낮았다. 이는 교대근무 간호사(6.9시간), 공기업 교대근무자(7시간)의 수면시간과 비슷한 수준이다.
단, 야간 근무 후 편안한 환경에서 자거나 휴식할 수 있는 일반인과 달리 병사들은 별도의 휴식 공간이 없고 낮에 작업이나 훈련으로 인해 수면 보충이 어렵다는 점에서 질적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연구팀은 지적했다.
최스미 교수는 "제한된 병력으로 부대를 운영하기 위해 병사들의 대부분이 2개 이상의 교대근무를 하는 만큼 이들에게 충분한 휴식 공간과 적정 수면을 취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이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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