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더불어민주당의 우상호 신임 원내대표 선출은 당내 주류인 ‘친문’의 지지가 만들어낸 결과이다. 1차 투표에서 ‘김근태 계’인 우원식 후보가 1위, ‘86 운동권’인 우상호 후보가 2위였지만 과반을 넘지 못해 결선투표로 넘어갔고 우상호 후보가 역전해 당선됐다.
그동안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수권정당이 되기 위해 계파주의를 타파하고 운동권 문화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해온 것이 무색해진 상황이다.
우 원내대표가 선출된 직후 김 대표는 “호흡 안 맞는 사람 어디 있겠나”라고 했지만 운동권 출신 신임 원내대표와 호흡을 맞춰야 하는 4개월 기간이 김 대표의 당내 거취를 결정할 시기로 보인다. 8월 말~9월 초 전당대회가 열리면 김 대표는 더 이상 대표가 아니다.
김 대표는 러시아 전제군주인 ‘차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일방통행식 리더십을 행사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우 원내대표도 임기도 시작하기 전에 언론 인터뷰를 논란을 일으킬 만큼 밀어붙이기 식으로 보인다.
우 원내대표는 5일 언론 인터뷰에서 “잘못된 국정운영 방식을 낱낱이 아는 분들이 당선돼 우리 당에 왔다”며 “기대해도 좋다”고 말했다. 이번 20대 총선에서 배지를 단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과 김병기 전 국가정보원 인사처장을 가리킨 말이다.
우 원내대표는 5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이 긴장해야 할 것“이라며 ”이젠 정권의 내부 상황을 알기 때문에 제대로 된 국정운영 기조가 아니면 하나씩 터뜨리겠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조응천 당선자와 대화해보니 ‘많은 것을 알고 있다’고 하더라. 기대해도 좋다”고 했다.
박근혜 정부에서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이었던 조 당선인이 현 정권도 마치기 전에 야당으로 이적해 국회의원이 됐다. 우 원내대표의 이날 발언은 공직자로서 업무에 임하기 전에 했던 서약에도 어긋날뿐더러 정치적 도의상 용납이 안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런데도 불구하고 우 원내대표는 원내사령탑으로 선출되자마자 정권에 대한 협박이나 다름 없는 언론 플레이를 한 것이다. 논란이 일자 다음날 곧바로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조 당선자에게 관련 정보를) 구체적으로 들은 게 없다”면서 “제가 말씀드리는 것은 박근혜 대통령 시절에 비정상적으로 국가가 운영됐던 여러 가지 사례들이 있어, 그걸 바로잡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우상호 의원이 더민주 원내대표로서 만들어낸 첫 작품은 현 정권에 대한 협박이고, 그의 첫 언론 브리핑은 해명 브리핑이 된 것이다. 하지만 우 원내대표의 해명으로 논란이 끝난 것이 아닌 것 같은 여운이 남는다.
조응천 전 청와대 비서관 영입은 문재인 전 대표가 추진한 것이라는 점에서 대선용이라는 해석이 나와 있다. 일명 ‘정윤회 씨 국정개입 의혹’으로 파란을 일으킨 ‘청와대 문건 유출’ 사건의 장본인으로 기소돼 1심 법원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인물이 야당 의원이 됐으니 정부의 입장에서 착잡하기 이를 데 없는 일이다.
특히 조 전 비서관이 더민주에 영입되기까지 문 전 대표가 3~4개월가량 삼고초려한 일은 유명하다. 마침 그 시기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탈당해 국민의당을 만드는 등 분당 사태를 초래한 문 전 대표의 당대표 사퇴가 예고된 시기이다. 이런 시기에도 문 전 대표는 조 전 비서관 영입에 열중했다.
문 전 대표는 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고 마포구에 식당을 연 조 전 비서관을 지속적으로 찾아가 설득했다. 문 전 대표가 성공하던 순간 더민주에서 탈당한 문병호 전 국민의당 의원은 “지금이야 더민주가 조 전 비서관을 탄압받는 이미지로 포장하고 있지만 사실은 권력만 쫓던 인사라는 것을 국민이 아는 순간 부정적인 여론이 일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번에 우상호 원내대표가 ‘조응천 카드’부터 꺼내드는 것을 보면서 과거 더민주의 계파주의 갈등을 상기기키게 된다는 시각이 많다. 당시 2015년 10.28 재보선 참패에 사과도 없고 책임도 없이 오로지 대권만 바라보는 문 전 대표의 리더십이 도마 위에 올랐었다. 문 전 대표는 이번 20대 총선 직전 호남을 찾아 호남에서 표를 얻지 못할 경우 정계은퇴를 선언한 바 있다.
총선 결과 호남 28석 중 더민주는 3석을 얻는데 그쳤지만 문 전 대표는 책임에 대해 일절 입을 닫고 있다. 이런 가운데 '친문'의 지지를 받고 원내사령탑에 오른 우상호 원내대표의 발언은 묘하게 문 전 대표의 행태와 닮아 있다.
우 원내대표는 자신과 4개월간 불안한 동거를 이어갈 김 대표에 대해 “(김종인 대표는) 목표한 것 이루기 전에 (당을) 안 떠날 것”이라며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 하지만 더민주의 현 상황을 정확하게 꼬집어 말하자면 김 대표가 ‘셀프 당대표’ 논란 이후 문 전 대표와 전격 회동하고, 각자 언론 플레이를 하며 신경전을 벌이던 그 시기에서 전혀 벗어나지 못했다.
김 대표는 원내대표 선출 직후 첫 휴가를 보내면서 정국 구상 중이다. 그가 어떤 선택을 할지 알 수 없지만 분명한 것은 더민주에서 공언한 김 대표의 세가지 약속 중 두가지는 이미 실패했다. 문재인 전 대표에 의해 더민주에 영입된 김 대표는 맨 처음패권주의를 청산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이내 “친노 패권이 있는지 확인하지 못했다”는 말로 뒷걸음친 적이 있다. 총선을 즈음해서는 “당내 운동권 문화를 바꾸겠다”고 공언했지만 제1당을 만들고도 운동권 출신 원내대표가 선출되는 결과를 맞았다.
그리고 이제 그가 공언해온 “더민주를 수권정당으로 만들기”에 올인할 것인지, 깨끗하게 비례대표 배지까지 반납하고 물러날지 주목되는 시점이다. 정치인 김종인의 ‘대통령 만들기’의 대상이 문재인일지 혹은 아닐지에 대한 결정이기도 하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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