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민접촉 많고 지휘책임 명확한 특성 고려해야" 주장도
[미디어펜=이상일 기자]징계를 한 번이라도 받은 공무원에게는 퇴직 포상을 하지 않는다는 정부 방침이 발표되자 일선 경찰관들이 반발하고 있다.

대민 접촉이 많은 탓에 악성 민원이나 투서 등에 시달리기 쉬운 업무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획일적으로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주장이다.

앞서 행정자치부는 정부포상의 자격요건과 후보자 검증 절차를 강화하는 내용으로 '2016년 정부포상업무지침'을 만들어 4월 시행에 들어갔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비위 공무원에 대한 퇴직 포상 배제다. 재직 중 형사처벌은 물론 내부 징계를 한 번이라도 받으면 퇴직 포상 추천 대상에서 제외된다.

공무원 징계는 중징계인 파면·해임·강등·정직과 경징계인 감봉·견책으로 나눈다. 견책 처분 후 정상을 참작해 불문(不問) 경고로 감경하는 경우도 있다.

종전에는 음주운전, 금품·향응 수수, 공금 횡령·유용, 성범죄 등 이른바 '주요 비위'로 징계를 받지 않았다면 사면 후 퇴직 포상을 받을 길이 열려 있었다.

그러나 앞으로는 사면 여부나 비위 유형, 징계 수위와 무관하게 모든 징계 전력자는 퇴직 포상을 받을 수 없다. 견책 후 불문경고 감경도 마찬가지다.

퇴직 공무원은 재직 기간이 33년 이상이면 근정훈장을, 30년 이상∼33년 미만이면 근정포장을 받는다. 28년 이상∼30년 미만은 대통령 표창, 25년 이상∼28년 미만이면 국무총리 표창이 수여된다.

특히 근정훈장은 고참 경찰관들에게는 치안 현장을 떠나면서 마지막으로 받는 명예라는 의미가 있다. 이를 박탈당한 현장 경찰관들은 "경찰의 근무 환경을 전혀 모르고 만든 조치"라는 불만을 쏟아낸다.

경찰은 112 신고 출동이나 사건 수사 과정에서 민원인이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불만을 사는 일이 많다. 투서가 들어와 감찰로 이어지는 일도 흔하다. 이런 업무 특성상 징계를 받았다고 무조건 '비위 경찰'로 몰 수는 없다는 주장이다.

한 경찰관은 8일 "다른 공무원과 달리 경찰관은 수사 등을 하면서 민원인의 불만을 살 소지가 커 경징계 한 번 받지 않고 퇴직하기가 오히려 쉽지 않다"며 "계급이 낮고 일선에서 활동할수록 이런 경향이 뚜렷하다"고 말했다.

심지어 과거에는 교통사고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가 가해 차량 운전자에게 "아저씨가 잘못했네요"라고 말했다는 이유로 시비가 생기고, 결국 청문감사관실에 민원이 제기돼 징계를 받는 일도 있었다. '물의를 빚었다'는 이유였다.

관리자의 지휘 책임이 명확한 조직이어서 부하 직원이 비위나 과실을 저지르면 꼼짝없이 함께 징계받아야 하는 입장이기도 하다.

경찰 내부 통신망에는 "사면받은 경징계까지 다시 끄집어내 퇴직 훈장도 못 받게 하는 것은 부관참시(剖棺斬屍, 사망 이후 중죄가 드러난 이의 시신을 관에서 꺼내 훼손하는 형벌)나 마찬가지"라며 분개하는 글이 많아지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2015년 한 해에만 경찰관 징계 건수는 792건이었고, 이 가운데 약 40%(315건)가 가장 낮은 수위인 견책이었다.

한 경찰 간부는 "비위 전력자를 포상에서 철저히 배제한다는 인사 담당 부처의 판단은 일견 이해되는 측면도 있다"면서도 "여러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이런 제도를 도입하면 일선 경찰관 사기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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