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북한이 7차 당대회를 끝내자마자 간부들의 충성맹세를 이어가면서 김정은 우상화를 가중시키고 있다.
노동신문은 12일 7차 당대회 참가자들이 ‘김정은 동지께 드리는 맹세문’ 채택 모임을 가졌다고 전했다. 당대회 기간 중 간부들이 충성맹세를 한 것을 보도한 것으로 맹세문은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와 사상도, 뜻도, 운명도 함께하는 우리 당의 제일 전우, 제일 동지가 되겠다”고 돼있다.
이번 당대회는 김정은의 세습 딱지를 떼려는 셀프 대관식이었다는 평가가 있다. 1980년 10월 6차 당대회를 끝으로 김정일 시대에도 열리지 못했던 당대회를 김정은이 연 이유이다. 더구나 올 초 4차 핵실험 등에 따른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속에서 주민들의 고혈을 쥐어짜는 ‘70일 전투’까지 거쳤다.
김정은은 이번 당대회에서 ‘노동당 위원장’이라는 직함에 추대됐고, 정치국 상무위원부터 위원과 후보위원, 당 중앙군사위원까지 뽑았다. 당초 60% 이상 큰 폭으로 물갈이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군 지도부의 지위만 하향시킨 인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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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가 9일 7차 당대회에서 ‘노동당 위원장’에 추대됐다. 또 김정은을 비롯해 김영남, 황병서, 박봉주, 최룡해 등 5명을 정치국 상무위원으로 선출했다./사진=연합뉴스 |
소폭 인사 교체는 이번 당대회가 김정은 대관식에 초점을 맞춘 ‘어머니 당대회’였기 때문으로 보인다. 김정은이 별탈없이 최고 지도자로 추대되는 것을 목적으로 한 당대회였다는 것이다.
이번 정치국 위원 선출에서 가장 이례적인 현상은 3~5명 선출하는 정치국 상무위원 중에 군부 인사가 포함되지 않은 것이다.
기존 당대회 방식이라면 상무위원 중에서 당 제1비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인민군 총정치국장, 내각 총리, 총참모장이 임명된다. 하지만 이번에 노동당 위원장으로 추대된 김정은을 비롯해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 박봉주 내각 총리, 최룡해 당 근로단체비서가 선출됐다.
김정은 집권 직후 4차 당대표자회에서도 상무위원 중에 총참모장이 배출됐던 것을 볼 때 큰 변화라고 볼 수 있다. 당시에는 정치국 위원으로 차기 인민무력부장과 인민무력부 제1부부장까지 선출되는 등 군부 엘리트들이 높은 위상을 차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2012년 리영호 총참모장과 김정각 인민무력부장 해임 이후 두 직함은 후보위원 이상의 지위를 부여받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이번 7차 당대회에서도 현직 총참모장과 인민무력부장은 정치국 위원 중에서도 뒷 순위로 호명됐다.
이에 대해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김정은이 군부인사를 포용하되 당 정치국 내에서 과거보다 낮은 위상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그들의 영향력이 지나치게 확대되지 않도록 통제하는 정책을 추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김정은이 지난 4차 당대표자회 이후 3명까지 줄어들었던 상무위원 수를 다시 5명 수준으로 회복시킨 것은 김정일에 비해 제도를 중시하는 경향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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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7차 당대회에서 선출된 당중앙위원회 정치국 위원과 후보위원. |
정 연구실장은 “북한의 외교에서 가장 중요한 중국도 국가주석과 국무원 총리, 전인대 상무위원장과 핵심 당 간부들도 중앙정치국 상무위원 직책을 갖고 있다”면서 “김정은이 박봉주 내각 총리와 최룡해 비서를 상무위원으로 승진시킴으로써 향후 중국과의 관계 개선이 이뤄질 경우 당내 위상 차이로 발생할 수 있는 ‘격’ 문제가 해결됐다”고 설명했다.
정 연구실장은 또 “박 총리의 상무위원 승진은 북한 지도부에서 매우 드물게 개혁적인 성향인 박봉주 개혁 드라이브에 힘을 실어주는 의미가 있다. 또 김정은의 특사로 중국과 러시아를 방문한 적이 있는 최룡해의 당내 위상이 높아져 향후 최룡해가 대중국 관계 개선에 나서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기존 10~12명 선출하는 정치국 위원도 이번에 14명 선출됐다. 김기남, 최태복, 리수용, 김평해, 오수용, 곽범기, 김영철, 리만건, 양형섭, 로두철, 박영식, 리명수, 김원홍, 최부일 등이다. 이 중에 교체가 예상됐던 김평해·김기남이 포함됐다.
정치국 위원의 면면을 볼 때 박봉주의 상무위원 승진 외에도 로두철 부총리가 후보위원에서 위원으로 승진했다. 임철웅 부총리와 리용호 외무상도 새로 정치국 후보위원에 선출되면서 정치국에서 내각 엘리트가 2명에서 4명으로 늘어났다. 박봉주의 당중앙군사위원회 위원 선출도 주목된다. 향후 내각 총리가 군사정책 결정에까지 참여할 수 있는 권한이 주어진 셈이다.
이와 함께 외교 엘리트의 약진과 특별시·도당 엘리트의 약진을 특성으로 꼽을 수 있다. 건강 악화로 퇴진한 강석주 국제비서 대신 리수용 전 외무상이 기존 비서국 대신 신설된 정국무 부위원장에 임명된 것이다.
정 연구실장은 “리수용 당 중앙위 부위원장 겸 국제부장 외에도 리수용 후임으로 외무상에 임명될 것으로 추정되는 리용호 전 외무성 부상이 처음으로 정치국 후보위원에 선출돼 정치국에서 외교 엘리트가 늘어났다”고 평가했다.
이와 함께 이번 당대회에서 특별시·도당 엘리트의 약진도 주목된다. 김능오 평안북도당 책임비서, 박태성 평안남도당 책임비서가 정치국 후보위원에 포함된 것과 관련해서다. 정 연구실장은 “이전까지 정치국에 특별시·도당 엘리트는 평양시당 책임비서 한명 뿐이었고, 이마저 장성택 숙청 이후 문경덕 전 평양시당 책임비서가 해임된 뒤에는 없었다”며 “이번에 평북·평남 책임비서가 선발된 것을 볼 때 김정은이 평양과 평안남북도 등 수도권 개발에 관심을 갖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리용무·오극렬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이 위원으로 선출되지 못했다. 따라서 2개월여 뒤 최고인민회의가 열리면 이들이 현재 직위는 완전히 박탈될 가능성이 커졌다.
정 연구실장은 “향후 리용무 오극렬 두 사람이 직위를 박탈당하면 그렇지 않아도 당 중앙군사위원회에 비해 수적 열세에 놓여 있는 국방위위원회 위상이 더욱 약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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