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회 내 절차와 의견은 들어야 한다" 견제
[미디어펜=이상일 기자]김정행(73) 대한체육회장이 수영 국가대표 출신 박태환(27)의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출전에 긍정적인 입장을 표명했다. 

김정행 회장은 17일 서울 강남구 파크 하얏트에서 열린 역대 올림픽 선수단장 오찬 간담회에 참석해 "개인적인 의견을 말하자면 나도 선수 출신이기 때문에 박태환 선수가 올림픽에 가면 좋겠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2014년 도핑 양성 반응이 나와 선수 자격 정지 징계를 받은 박태환은 올해 3월 징계가 만료됐다. 

하지만 대한체육회 국가대표 선발 규정에 '도핑 관련자는 징계가 끝난 지 3년이 지날 때까지 국가대표가 될 수 없다'고 되어 있어 앞으로 약 3년간 더 태극마크를 달 수 없는 처지다.

현 규정으로는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 나가지 못하는 박태환은 지난달 말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대한체육회 등을 상대로 중재 신청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중재의 상대방 격인 대한체육회 공동 회장인 김정행 회장이 박태환의 국가대표 선발에 찬성 의사를 밝힌 것이다. 

김정행 회장은 "박태환에 대한 개인 의견을 물어보니 답한 것"이라고 전제하면서도 "약물 등 스포츠 4대악에 해당하는 것들은 없어지는 것이 당연한 원칙이지만 국민 여론의 70% 이상이 박태환 선수의 올림픽 출전에 찬성하고 있다"며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았다. 

그는 "나도 선수 시절에 올림픽과 같은 국제 대회에 나가게 되면 밤잠을 못 이뤘다"고 회상하며 선수에게 올림픽이 갖는 의미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다만 김 회장은 "경기력향상위원회, 스포츠공정위원회 등 대한체육회 내에 절차가 있기 때문에 그런 의견을 들어야 한다"고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국가대표 선발 규정을 개정하려면 먼저 경기력향상위원회의 해당 의견을 스포츠공정위원회에서 심의하고 이후 이사회에서 개정을 의결하게 되어 있다. 

그러나 경기력향상위원회는 지난 11일 1차 회의를 열었으나 국가대표 선발 규정 개정에 대한 논의 자체를 하지 않았고, 스포츠공정위원회 역시 지난달 '앞으로 국가대표 선발 규정 개정에 대한 요청이 있더라도 법률의 형평성을 위한 일반적인 법 원칙에 따라 특정인을 위한 규정 개정은 있을 수 없다'고 발표한 바 있다. 

김 회장이 '개인적인 의견'이라고 전제를 달기는 했으나 공개적인 자리에서 작심하고 한 이날 발언이 앞으로 대한체육회 입장 변화로까지 이어질 것인지 주목된다. 

대한체육회는 이날 CAS에 박태환의 중재 신청에 대한 입장을 밝히는 공문을 보낼 예정이다. 또 25일에는 조영호 사무총장이 박태환 측과 면담하기로 되어 있다.

동석한 예전 올림픽 선수단장들도 김 회장과 뜻을 같이했다. 

최근까지 대한수영연맹 회장을 지낸 2012년 런던올림픽 이기흥 선수단장은 "수영연맹 회장을 하면서 박태환의 상황을 누구보다 잘 안다"며 "잘못했지만 노력도 많이 했고 반성도 많이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박태환의 입장을 거들었다. 

이기흥 전 단장은 "선수 재능을 묵히기보다 다시 일어설 기회를 줘서 이번 올림픽에서 많은 국민에게 기쁨을 주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과 2004년 아테네 대회에서 선수단장을 역임한 신박제 전 단장 역시 "박태환 선수가 국위 선양을 할 기회를 줘서 국민이 하나로 단합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올해 8월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한국 선수단장을 맡은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은 "전임 선수단장님들을 모시고 지혜와 경험을 배우기 위해 오늘 자리를 마련했다"며 "남은 기간에 열심히 준비해서 국민 여러분의 기대에 보답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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