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산중 1학년 전원 등교 심리검사…19일 휴교, 20일부터 정상수업
[미디어펜=이상일 기자]지난 16일 남해고속도로 9중 추돌사고를 겪은 경남 양산중학교 학생들 중 일부는 사고 당시 기억을 떨치지 못하고 불안감을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상 정도가 심한 학생들은 병원에 입원했거나 외래진료를 받고 있고 17일 양산중학교 1학년생 220명은 정상등교해 심리검사를 받았다.

이들이 받은 검사는 두 가지다. 하나는 우울증과 관계 없는 불안증세를 측정하도록 고안된 'BAI(Beck's Anxiety Inventory)'였다. 다른 하나는 '외상 후 스트레스 반응 척도(CPTSD-RI)'였다.

BAI는 '가끔 다리가 떨린다', '신경이 과민한 상태다' 등 총 21개 문항으로 구성됐다. '전혀 안 느낌'에서 '심하게 느낌'까지 4개 항목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돼 있다.

외상 후 스트레스 반응 척도는 사고에 관한 당사자의 생각과 느낌을 묻는 문항 20개로 구성됐다. '전혀 그렇지 않다'부터 '대부분 그렇다'까지 총 3개 항목이 있다.

경남도교육청과 양산중학교는 학생 심리상담을 전문으로 하는 한국교육개발원이 운영하는 'Wee클래스' 상담사 9명을 반별로 배치해 검사를 실시했다.

이날 투입된 한 상담사는 "학생 30여명 중 2~3명 이상이 '아직도 사고 당시가 생생하게 떠오른다'거나 '언제 또 같은 일이 나에게 닥칠 지 모르겠다'며 불안감을 호소했다"고 말했다.

이어 "다행히 학생 대다수는 사고 당시의 생각은 여전히 나지만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는 수준이었다"고 덧붙였다.

경남 양산교육지청 관계자는 "사망자 시신을 보거나 추돌 당시 충격을 느끼는 등 사고 차량에 있던 아이들이 불안증세를 호소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불안감을 느끼는 학생들의 숫자는 집계가 끝나봐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극단적 불안감을 느끼는 학생은 없었다"며 "불안감을 호소하는 학생들은 주로 브레이크 소리에 민감하거나 버스 타는 데 두려움을 표했다"고 덧붙였다.

양산교육지청은 오는 18일 불안 정도에 따라 학생들을 분류한 뒤 개별 상담을 진행할 예정이다.

다음 주에는 사후조사를 해 그때까지 불안감을 떨치지 못한 학생이나 더 심해진 학생에게 맞춤형 상담을 할 방침이다. 

전문가는 불안감을 호소하는 학생의 경우 꾸준한 심리치료로 사고 당시의 아픈 기억을 극복할 수 있다고 말한다.

좋은벗 상담교육센터 김홍숙 소장은 "사고를 당한 뒤 심리적으로 회복되는 시기는 개인마다 달라 획일적 기준으로 접근하면 안 된다"며 "누구에게는 재미있는 이야깃거리로 남을 수 있지만 다른 누구에게는 회복하기 힘든 상처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세월호 사태 이후 재난·사고에 관한 심리상담 연구가 잘 돼 있고 전문가도 많다"며 "개인차가 있으나 이번 사고가 대형 참사는 아니었기에 꾸준히 심리치료를 받으면 6개월 안에는 대부분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지난 16일 사고 당시 부상한 학생 233명 중 8명은 코뼈 골절 등 타박상을 입고 현재 양산의 한 병원 응급실에 입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5명은 골반이나 배 통증 등을 호소해 정상등교 뒤 병원으로 가 진료를 받았다.

한편 양산중학교 1학년 학생들은 오전 심리검사를 받은 뒤 귀가했다. 양산중학교는 오는 18일까지 상담을 진행한 뒤 19일 하루 휴교할 계획이다. 정상수업은 오는 20일부터 실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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