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생의지 부각 중요"…증권시장은 '낙관'
[미디어펜=이원우 기자]현대상선이 18일 '회생의 필수조건'으로 손꼽히는 용선료 인하 협상에 나선다. 해외 선주들과 벌이는 이번 협상에서 용선료 인하에 성공하느냐에 따라 향후 구조조정의 향방도 크게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현대상선 회생에 대한 채권단의 강력한 의지를 해외 선주들에게 부각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시장에서는 용선료 인하 협상에 긍정적으로 반응하고 있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대상선, 그리고 현대상선에 배를 빌려준 해외 5개사 선주 관계자들은 이날 오후 서울 모처에서 용선료 인하에 대한 최종 협상에 돌입한다. 이 자리에는 산업은행 정용석 부행장을 비롯한 현대상선 채권단 관계자, 협상 자문 로펌 관계자 등도 동석한다.

   
▲ 현대상선이 18일 '회생의 필수조건'으로 손꼽히는 용선료 인하 협상에 나선다. /현대상선


용선료(傭船料)란 단어 그대로 '배를 빌려 쓴' 비용, 그러니까 선박 임대료를 의미한다. 해운사인 현대상선은 그리스계 선주 다나오스‧나비오스‧CCC, 영국계 조디악, 싱가포르계 EPS 등 컨테이너선 선주 5개사로부터 배를 빌려 해운 영업을 해왔다.

문제는 현재의 용선료가 경기호황기를 기준으로 너무 높게 설정돼 있다는 점이다. 전체 선박 116척 중 83척을 빌려 쓰고 있는 현대상선으로서는 용선료 부담이 재무상황 악화에 직격탄으로 작용한다. 실제로 현대상선은 작년 매출액의 35%가량을 용선료로 부담했다. 

또한 현대상선은 지난 1분기 사상 최저 실적(매출 1조 2213억 원, 영업손실 1630억 원)을 기록했는데, 이는 현대상선의 '수입'에 해당하는 운임이 하락한 여파가 컸다. 운임은 떨어지는데 용선료는 계속 높은 수준으로 지불되고 있다 보니 손실폭이 커지고 있는 것. 이에 '용선료 하락'이 부활을 위한 필수조건으로 지적되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최근 글로벌 해운동맹에서도 배제된 현대상선에게 18일 용선료 인하 협상은 그야말로 '생사의 갈림길'이라는 지적이다. 현대상선 측이 원하는 인하폭은 28% 수준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용선료 인하로 인해 선주들에게 발생하는 손해는 '현대상선 주식 출자전환'이라는 방식으로 보전한다는 계획이다. 이미 현대상선 채권단은 지난 17일 현대상선의 협약채권 중 약 7000억 원을 출자전환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아직 이 방안이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출자전환 가능성이 부의된 자체만으로도 용선료 협상에 힘을 실어주려는 채권단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현대상선과 채권단이 내놓은 '메뉴판'에 해외 선주들이 응할지는 미지수다. 업계 안팎에서는 현대상선에 대해서만 용선료를 인하할 경우 다른 해운사들까지 인하를 요구할 수 있다는 점이 선주들을 주저하게 만들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따라서 18일 협상의 관건은 현대상선이 얼마나 절박한 상황에 놓여있는지를 전달하는 것으로 수렴되는 분위기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현대상선의 사정이 타 해운사들과 비교했을 때 매우 어렵다는 점, 대신 채권단은 현대상선에 대한 확실한 회생 의지를 가지고 있다는 점을 해외 선주들에게 확인시켜 주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 외 이날 협상의 세부전략에 대해서는 많은 것들이 '비공개'로 남아 있다. 워낙 민감한 이슈인 만큼 관계자들은 사안에 대한 발언을 최소한으로 줄이는 분위기다. 다만 증권시장은 현대상선의 용선료 협상을 다소 낙관적으로 보고 있는 듯 18일 개장과 함께 현대상선의 주가는 전일 대비 5%~10% 수준의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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