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칫 큰 사고로 이어져…'안전 불감증' 우려
[미디어펜=이상일 기자] 지난 20일 하루 동안 전국적으로 대형 시설에서 화재가 잇따라 큰 사고로 이어지면서 대피 훈련의 필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대구에서는 이날 오전 11시38분께 동구 경부고속도로 상행선 대림육교 부근 도로 1차로를 달리던 로체 승용차가 중앙분리대를 들이받고 4차로로 튕겨나가 주행 중이던 탱크로리와 부딪쳐 화재가 일어났다.

충격 여파로 탱크로리에 있던 약 3만2000ℓ의 경유가 흘러내려 도로가 불로 뒤덮였으며 도로변 방음벽이 순식간에 녹아내렸다.

불붙은 경유는 도로 옆 배수로를 따라 인근 연근 재배 단지로 흘러들어 연근밭이 기름 범벅이 됐을 뿐만 아니라 인근 농사용 창고와 트럭이 불탔다.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으나 경부고속도로 양방향 모두 2시간가량 통제됐다.

같은 날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서는 오후 1시12분께 12층짜리 빌딩의 11층에서 불이 났다. 

27분 만에 꺼진 이 불로 인한 부상자는 없었으나 화재 발생층 주변인 9∼12층에서 40여명이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불은 병원들이 입주해 있는 11층 야외 테라스 옆의 간이 창고 일부를 태우고 약 900만원의 재산피해(소방서 추산)를 냈다. 

그러나 화재 당시 건물 지하와 2∼4층에 위치한 영화관의 3개 상영관 중 2개만 상영을 중단하고 나머지 1개 상영관에서는 강행한 것으로 드러나 물의를 빚었다. 관객 20여명은 밖으로 나와서야 화재 사실을 알아챘다.

부산에서는 오후 9시45분 사하구 감천항에서 가축사료를 싣고 정박 중인 파나마 국적 화물선 S호(1만2560t)에서 불이 나 4층 기관장실 등을 태우고 2시간여 만에 꺼졌다.

배에 타고 있던 선원 23명이 모두 대피해 인명피해는 없었다.

충남에서는 논산 성동면 성동산업단지에 위치한 화장품 제조 공장에서 오후 11시21분 불이 나 자재 보관창고 등 공장동 5동(3600여㎡)를 모두 태웠다. 

이 사고로 4억6000만원 상당(소방서 추산)의 재산피해를 냈다.

이날 전국에서 발생한 화재는 자칫하면 대형 인명사고로 이어질 수 있었다는 점에서 각별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고속도로 운전자는 졸음운전을 피하기 위해 충분한 휴식을 취해야 하며, 영화관 등 많은 사람이 모이는 곳에서는 화재가 발생하면 진압과 동시에 관객을 안전한 곳으로 신속하게 대피시켜야 한다.

소방당국 관계자는 "빌딩 일부에만 불이 났다고 건물 전체에 대피 방송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생각하기 어려운 일"이라며 "평소에 화재 발생 상황을 가정한 대피 훈련을 철저히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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