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멍 때리기 대회' 열려…얼음물 비치하는 등 사고예방
[미디어펜=이상일 기자] 회사에서, 학원에서, 학교에서 ‘멍’ 때리다 혼났던 사람들이 대회 우승을 위해 모였다.

‘한강 멍 때리기 대회’가 22일 이촌한강공원 청보리밭에서 열려 남녀 70명의 선수가 참가했다.

초등학생부터 나이 지긋한 노신사까지 개성 넘치는 복장과 소품으로 세대·직업 대표를 자청한 이들은 31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본선 참가 자격을 얻었다.

현대인의 뇌를 쉬게 하자는 취지로 열린 이 행사에서는 무료함과 졸음을 이겨내고 최대한 오래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하는 사람이 우승한다.

순환기내과 연구원인 대학원생 정다운씨(24·여)는 "요즘 실험이 많아 모든 에너지가 소진된 것 같아 쉴 기회를 노리고 있었다"면서 "혼자 작정하고 일부러 멍 때리기를 하는 건 우습지만, 대회 소식을 듣고 이거구나 싶어 지원했다"고 했다.

미키마우스 잠옷을 입고 참가한 미국인 캐이시 카들릭씨(26)는 “평소에도 몽상을 즐긴다”며 “그저 아무것도 하지 않고 멍한 상태를 즐기고, 오늘 하루 릴렉스하고 싶어 참가했다”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기 수련자가 진행한 '멍 때리기 체조'를 시작으로 1시간30분 동안 경쟁을 벌였다. 휴대전화를 확인하거나, 졸거나 자면 탈락한다. 웃거나 노래를 부르거나 잡담을 나누는 등의 행동을 해도 실격 당한다.

주최 측은 이날 땡볕이 쏟아지자 행사장에 얼음물 등을 비치하고, 참가자들에게 건강에 유의해달라고 당부하는 등 안전사고에 신경을 썼다.

행사 주최자인 ‘웁쓰양’은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현대인은 잠자는 시간을 빼면 뇌를 혹사하고 있다"며 "멍 때리기로 상징되는 행위가 그저 시간을 낭비하는 것이 아니라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시민참여형 퍼포먼스를 벌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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