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시중은행들이 일제히 수수료 인상을 하자 소비자에게 부담을 전가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은행들로서는 수익성 악화로 어쩔수 없는 고육지책이라며 손사래를 치고 있다. 정작 은행권 실적을 보면 핑계에 불과하다는 불만이 나오면서 은행들을 향한 비난이 확대될 기세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 은행들의 수수료 인상 움직임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이미 지난달부터 수수료를 인상한 신한은행과 KEB하나은행에 이어 국민은행도 다음 달부터 송‧예금, ATM, 외환 관련 수수료를 인상할 방침이라고 지난 23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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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한은행과 KEB하나은행에 이어 국민은행도 내달부터 수수료를 인상하기로 했다. /미디어펜 |
송금 수수료의 경우 500원~1500원 수준에서 인상될 예정이며 예금 관련 업무 수수료도 1000원 정도 오를 전망이다. ATM 이용 수수료의 경우 내달 20일부터 100원~200원 인상한다는 방침이다. 원래는 수수료를 부과하지 않았던 인터넷‧모바일 해외 송금에 대해서도 같은 날부터 수수료가 부과된다.
일련의 수수료 인상 움직임에 대해 은행들은 '수익성 악화'가 그만큼 심각하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한정태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금리가 다시 내리고 있다"면서 "그동안 과도한 대출증가와 비용절감으로 (수익성 악화를) 막아왔지만 이젠 그 환경도 만만치 않다"고 현 상황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금리가 더 낮아지게 되면 은행 산업에 엄청난 부담이 아닐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은행들이 지난 1분기 실적에서 좋은 결과를 내긴 했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1분기 실적이 올해 최고일 가능성이 크며 연간 이익도 금년이 정점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글로벌 투자기관 CLSA는 "2조8000억 원의 이익을 거둔 은행 업종의 올해 1분기 차트를 보면 '폭풍전야'를 연상케 한다"면서 "우리은행과 신한금융지주를 제외한 나머지 은행들은 2016년 컨센서스 전망이 하락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몇몇 은행들의 1분기 실적이 역대 최고 수준으로 좋게 나왔지만 향후 수익성 전망은 밝지 않다는 의미다.
"현재 수수료 수준은 원가 대비 너무 낮은 수준이라 '정상화'가 필요한 게 사실"이라고 밝힌 은행권 한 관계자는 "더 이상 (인상을) 미룰 수 있을 정도로 여유롭지 못한 상황이라 하나둘씩 정상화 움직임이 관찰되고 있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반면 은행들의 수수료 인상 움직임에 대해 금융소비자 단체들은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금융소비자연맹 강형구 금융국장은 "정부의 보호 아래 영업을 하는 만큼 공공성을 생각해야 할 은행들이 수수료 인상이라는 너무 손쉬운 카드를 이용해 위기를 타개하려 한다"면서 "수익성 악화와 구조조정 문제 등 자신들의 위기를 금융소비자들에게 부담으로 전가시키고 있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전했다.
은행권은 지난 2011년 여론과 금융당국의 압박으로 일제히 각종 수수료를 인하하거나 없앤 이후 수수료 체계를 거의 손대지 못했다. 수익성 악화에 따른 고육지책으로 약 4년 만에 재개하는 수수료 '정상화' 움직임이 의도대로 진행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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