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상품 판매 제약 많다"…은행연합 '방판법 제외' 건의
[미디어펜=이원우 기자]은행권에서 기존 영업방식을 탈피한 '이동 점포'들이 늘고 있지만 방문판매법 규제에 가로막혀 활동에 제약이 많다. 이에 대해 은행들이 보다 자유로운 영업을 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공정거래위원회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25일 은행권에 따르면, 시중 주요은행들은 기존 영업방식에서 탈피한 이동식 점포를 활용한 판촉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국민은행의 경우 오는 26일부터 태블릿PC를 통해 금융 상담과 은행업무가 가능한 'KB태블릿 브랜치' 서비스를 시행한다.

   
▲ 국민은행은 오는 26일부터 태블릿PC를 통해 금융 상담과 은행업무가 가능한 'KB태블릿 브랜치' 서비스를 시행한다. /국민은행


이 서비스는 고객이 원하는 장소로 직원이 직접 찾아가 1:1 전문상담을 제공하고 수신, 여신, 카드, 외환, 퇴직연금 등 각종 은행 업무를 원스톱으로 처리할 수 있는 '신개념 영업점'을 표방하고 있다. 

이미 국민은행은 'KB 찾아가는 브랜치(branch)' 'KB포터블브랜치' 'KB 캠 패드 시스템' 등 다양한 형태의 이동식 점포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SC제일은행과 KEB하나은행도 태블릿PC를 통한 영업을 활성화 하고 있다.

태블릿PC 이외에도 이동식 영업방식은 다양하다. 우리은행은 버스를 타고 영업을 하는 '위버스(webus)' 4대를 현재 운행 중이다. 위버스에서는 예‧적금 신규를 비롯한 공과금 수납과 입출금, 대출상담과 환전‧송금, 신용카드 업무 등이 가능해 일반 영업점 수준에 거의 근접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신한은행 또한 이동점포 '뱅버드(Bank+bird)'를 선보여 이동식 금융 업무는 물론이고 '찾아가는 금융체험교실'을 접목한 교육 업무까지 소화하고 있다. 농협은행은 'NH 윙스(Wings)'라는 이동점포를 운영하면서 입‧출금, 계좌이체 등의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시중은행 총 점포수는 2012년 4720곳에서 작년 4311곳으로 3년 새 409곳이나 줄었다. 이미 은행들은 전통적 의미에서의 점포 비중을 줄이고 '바깥'으로 나서는 이른바 '아웃바운드 영업'에 매진하고 있는 셈이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한때 무인점포가 각광받기도 했지만 모바일에 의해 금방 대체됐고, 최근엔 행원들이 고객에게 직접 찾아가는 이동식 점포가 주목받고 있다"고 업계 분위기를 전했다.

   
▲ 지난 4월 6일 서울 중구 소재 우리은행 본점에서 이광구 은행장(사진 가운데)과 임원진들이 최신형 이동점포인 '위버스(Webus) 3,4호 개점식'을 기념해 테이프 커팅을 하고 있다. /우리은행


그러나 이동식 영업방식에는 아직까지 근본적인 한계가 존재한다. 방문판매법은 대표적인 장애로 꼽힌다. 현행법상 고정된 장소에서 3개월 이상 영업하지 않는 상품 판매는 '방문판매'로 분류된다. 소비자는 계약서를 받은 날부터 14일 안에 계약을 철회할 수 있다. 

문제는 은행들이 판매하는 투자상품의 특성상 '손실'이 났을 경우 소비자들이 14일 이내에 계약 취소를 하면 은행들이 떠안아야 하는 손실분이 지나치게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런 한계 때문에 현재의 이동식 은행 점포들은 대부분 예금‧적금이나 대출 업무에 한정된 영업을 하고 있으며 ISA(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를 비롯한 재테크 상품 판매에는 소극적인 실정이다.

이와 관련된 은행권 내부의 문제제기가 이어지자 지난 24일 전국은행연합회는 지난달 말 공정거래위원회에 금융회사 이동점포에 대해서는 방문판매법 적용을 '제외'해 달라는 취지의 건의서를 제출했다. 사전에 은행들의 건의사항을 수렴하는 과정도 거쳤다.

그러나 공정위의 입장은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동 점포들에 대해 방판법 적용을 제외했을 경우 불완전판매가 우려된다는 점이 주된 이유다. 실제로 최근 ISA를 둘러싼 은행들의 불완전판매가 문제가 됐던 터라 공정위의 우려에도 전혀 근거가 없지는 않다.

이에 대해 시중 은행권 한 관계자는 "보험업의 경우 보험설계사들이 자유롭게 활동을 하고 있지만 방문판매법 적용을 받지 않는다"면서 "이동식 점포는 은행산업의 '미래'와 직결돼 있는 만큼 당국이 보험업과 형평을 맞춰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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