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고이란 기자] 정부로부터 경기민감업종으로 지정된 조선·해운업계가 채권단을 중심으로 구조조정에 돌입한 가운데 곳곳에서 경고등이 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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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해운업계가 정부로부터 경기민감업종으로 지정된 후 채권단을 중심으로 구조조정에 돌입한 가운데 곳곳에서 암초에 부딪혔다./사진=현대상선 |
26일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서울 중구 더 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한 포럼 기조연설을 통해 “구조조정이나 국책은행 자본확충 과정에서 철저한 자구노력과 이해관계자 간 엄정한 손실분담 원칙을 견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뼈를 깎는 기업의 자구안이 있어야 그에 따른 지원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다시 한 번 강조한 것이다. 업계는 줄일 수 있는 것은 다 줄이고 팔 수 있는 것은 다 팔겠다는 각오로 자구안을 진행 중이다.
하지만 여러 장벽에 부딪혀 자구안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특히 데드라인을 넘긴 해운업계의 용선료 협상은 한시가 급하다.
현대상선 용선료 협상단은 지난 18일 주요 4개 컨테이너선 용선주와 단체협상에 돌입했지만 의미 있는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현대상선은 일대일 협상으로 전환해 선주들의 답변을 기다리는 중이다.
금융위원회와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물리적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협상을 진행하겠다”고 밝혔지만 현실적으로 남은 시간은 많지 않다. 당장 오는 31일부터 열리는 사채권자 집회에서 채무 재조정안이 통과되려면 용선료 인하에 대한 확신이 필요하다.
글로벌 해운동맹체로부터 외면 받을 수도 있다. 현대상선은 독일이 주도하는 제3의 해운동맹체 ‘THE 얼라이언스’에서 현재 제외됐다. 동맹체 선사들과 다음 달 합류할 것을 합의해왔지만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위기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현대상선과 같은 배를 탄 한진해운도 유동성 문제로 용선료를 제때 지불하지 못해 해외 선주로부터 선박을 담보로 잡히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한 현대상선이 진행 중인 용선료 협상 선주들 중 상당수가 한진해운과도 거래를 하고 있어 현대상선의 성공 여부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조선업계도 허탈한 분위기다. 3년 동안 4조원이 넘는 지원을 받은 STX조선해양이 법정관리를 선고받은 것. 이로 인해 구조조정 과정에서 채권단의 지원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지적이 높아지고 있다.
채권단은 지난해 말 4000억원을 추가 지원하면서 STX조선을 ‘특화 중소형 조선사’로 탈바꿈시키는 구조조정안을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미 STX조선은 중소형조선사로 전환한 상태며 중국과의 경쟁에서 승산이 있을지 의문이라는 의견이 짙었다.
결국 채권단은 지난 25일 STX조선의 재실사 결과 “내년까지 수주가 남아 있는 선박을 정상 건조해 인도금을 받더라도 부족한 자금은 7000억~1조2000억원에 달할 것”이라며 “자금을 계속 지원해도 자율협약을 지속할 수 없고 회생절차 신청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국내 조선업계는 사상 최악의 수주절벽으로 시장의 예상보다 더 바닥으로 흘러가고 있다”며 “채권단의 막대한 자금이 들어갔지만 결국 청산될 위기에 놓인 STX조선 사례는 경영 위기를 겪고 있는 조선업계에 대한 전반적인 여론 악화로 이어져 지원은 더 줄고 어려움은 가중될 것이라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미디어펜=고이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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