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상일 기자]드라마나 영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이른바 '물싸대기'의 가해자도 폭행 혐의로 처벌될 수 있다는 판례가 다수 나오고 있다.

27일 법원에 따르면 김모씨(65)씨는 지난해 12월15일 오후 5시쯤 강동구의 이모씨(81·여) 집을 찾아가 "당신 딸이 빌린 돈의 이자를 갚으라"고 요구했다.

이씨는 자신의 집에서 나가라며 바가지에 물을 받아 김씨에게 세게 끼얹었다. 이씨는 김씨에게 고소를 당했고, 폭행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달 서울동부지법 형사12단독 신봄메 판사는 이씨의 폭행죄를 유죄로 인정해 선고유예 처분을 내렸다. 유예된 형은 벌금 30만원이다.

이씨는 법정에서 "부당한 주거침입과 퇴거 불응에 방어하는 정당방위였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신 판사는 "(물을 끼얹은 행위는) 소극적 방어의 한도를 넘어 적극적 공격의 성격을 가지므로 정당방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동부지법 다른 재판부도 최근 다른 사람에게 커피를 뿌린 행위를 폭행죄로 인정해 징역형을 선고했다. 

최모씨(46)는 지난해 9월14일 밤 광진구의 주택가 골목을 지나가던 20대 여성 A씨에게 느닷없이 폭언, A씨가 항의하자 최씨는 들고 있던 캔커피를 A씨 몸에 뿌렸다.

경찰에 붙잡힌 최씨는 폭행 혐의로 기소됐다. 같은 해 10월 동대문구 노상에서 500원을 안 빌려줬다는 이유로 70대 노인을 밀쳐 다치게 한 혐의도 적발됐다.

형사4단독(김종민 판사)은 최씨에게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김 판사는 "폭행 전력이 다수 있고 합의에 이르지도 못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이처럼 사람 몸에 액체를 함부로 뿌리는 행위를 폭행죄로 처벌하는 것은 현행법이 폭행을 '신체에 대한 불법적인 유형력의 행사'로 정의하기 때문이다.

법원 관계자는 "여기서 유형력이란 꼭 물리적인 힘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반드시 무언가가 닿아야 죄가 성립되는 것도 아니어서 일반적인 생각보다 다양한 행위가 폭행죄로 적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즉 고체나 액체뿐만 아니라 기체나 소리까지도 폭행 수단으로 인정될 수 있다. 지나치게 큰 소리를 다른 사람의 귀 가까이에서 내는 경우도 폭행죄 처벌 대상이라는 게 법원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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