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상일 기자]국내 여론조사기관들은 지난 25일부터 방한 중인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대권 도전을 시사한 것으로 간주, 앞으로 차기 대권 주자 지지율 조사에 반 총장을 본격 편입시키기로 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 갤럽은 27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조만간 반 총장을 대권 주자 지지도 조사 대상군에 포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허진재 한국갤럽 이사는 "반 총장이 이번 제주포럼에서 차기 대선 출마를 시사한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조사대상에 넣지 않을 이유가 없다"며 "6월 둘째 주부터 포함하는 방안을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의 이택수 대표도 통화에서 "반 총장이 사실상 대권 도전을 시사한 것으로 본다"면서 "다음 주부터는 반 총장을 대권 주자 후보군에 포함해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반 총장을 후보군에 포함해 여론조사를 하면 그 지지도가 상위권에 포함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한다.

이택수 대표는 앞서 연초에 실시된 여론조사 결과들을 토대로 "반 총장의 지지율이 압도적 1위라고 확신하긴 어렵더라도 1위군에는 포함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올해 초 언론사들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반 총장의 지지도는 대체로 20%대 중반 안팎을 유지하며 여야 차기 대선 후보들을 제치고 1위였던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리서치 김춘석 이사도 통화에서 "앞서 반 총장이 공식적으로 대권 도전을 시사하지 않았을 때도 지지율 조사에서 선두였는데, 이번에 반 총장이 대선 출마를 시사하는 발언을 한 건 다른 변수가 없다는 전제하에 지지율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 말했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은 "여권에서 반 총장이 가장 경쟁력이 있는 것으로 그간 조사됐기 때문에 새누리당의 지지층이 반 총장 쪽으로 결집할 가능성을 생각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또 "그동안은 막연했던 반 총장의 대권 도전 가능성이 어느 정도 가시화되면서 충청권의 강한 지역 기반까지 추가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택수 대표는 "여권 지지층이 반 총장에게 쏠릴지, 오세훈 전 서울시장·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에 대한 고정 지지층이 유지될지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허진재 이사는 "현재 반 총장은 여권 대선후보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에 결국 반 총장은 여권표를 다른 여권 후보들과 나눠 갖는 것"이라며 "오세훈·김무성 등 기존의 여권 후보들의 지지율이 얼마나 올라갈지와 다른 여권 후보들이 추가로 대권 도전 의사를 표시할지 등에 반 총장의 지지도가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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