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해운업 충당금에 명칭사용료까지…'출구' 안 보여
[미디어펜=이원우 기자]조선‧해운업계 구조조정으로 커다란 경영위기에 봉착한 농협금융이 조직개편에 나서고 있다. 일각에서는 '자회사 홍보실 폐지'설까지 나왔지만 정확한 개편 내용은 7월 이후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중앙회는 약 한 달 전부터 경영 컨설팅에 의거한 조직개편 작업에 돌입했다. 이에 따라 홍보‧인사‧기획 등 경영지원 부서에 대한 효율화 방안을 수립하고 있다. 이날 일부 언론에서는 'NH투자증권을 제외한 자회사 홍보실 폐지설'이 보도되기도 했지만 농협금융에 직접 확인해 본 결과 이는 확정된 사항은 아니다.
 
   
▲ 지난 3일 출입기자 초청 간담회를 진행한 농협금융 김용환 회장(사진)은 "조선업과 해운업을 포함한 5대 취약업종에 대해서는 신규대출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농협금융


최근 악화 일로에 있는 농협금융의 문제는 조선‧해운업계의 위기와 직결돼 있다. 지난 4월에 올해 1분기 실적을 발표한 농협금융지주는 1분기 당기순이익이 전년 대비 482억 원 감소한 894억 원에 그쳤다고 밝힌바 있다. 비율로 따지면 35%나 실적이 급감한 것이다.

주된 원인은 주력 계열사인 농협은행이 조선‧해운사 대출의 부실화 가능성에 대비해 쌓은 대손 충당금이었다. 1년 만에 약 3600억 원, 무려 57%나 급증한 점이 실적 악화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한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최근 STX조선해양의 법정관리 신청이 사실상 확정되면서 농협금융의 짐은 더욱 무거워졌다. STX조선의 익스포저(위험노출액)가 7744억 원인 반면 농협은행의 충당금은 1179억 원 뿐이어서 추가 충당금을 당장 6000억 원 정도 쌓아야 하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지난 3일 출입기자 초청 간담회를 진행한 농협금융 김용환 회장은 "조선업과 해운업을 포함한 5대 취약업종에 대해서는 신규대출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농협금융 주요 임직원들은 지난달 29일 위기 극복을 위한 '밤샘 토론'까지 진행하며 상황 반전에 부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농협중앙회, 농협금융, 농협은행의 본부 부장급은 이달부터 기본급의 10%를 반납하기로 결정하는 등 '고통 분담'에 나서기로 했다. '농협' 혹은 'NH' 등의 명칭을 사용하는 대가로 중앙회에 납부하고 있는 3500억~4500억 원 규모의 명칭사용료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방안도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영지원 조직개편은 이와 같은 노력에 더해 추진되고 있는 비용 절감 노력의 일환인 것으로 보인다. 농협지주 한 관계자는 "7월 이후 효율화 방안이 나오면 그때 (조직개편의 세부적인) 방향이 정해질 것 같다"고 말하면서 "일각에서 나온 자회사 홍보실 폐지 부분은 확정된 내용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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