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경제 경착륙 및 미국 기준금리 인상 홍콩H지수 폭락 가능성
[미디어펜=김지호 기자] “주가연계증권(ELS)에 편입된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HSCEI·홍콩H지수)가 조만간 다시 폭락할 가능성이 큽니다. 그래서 회사 차원에서 ELS 발행을 최대한 줄이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습니다. 고객의 환매요청만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에요.”

한 대형증권사 고위관계자는 올 초 벌어졌던 홍콩H지수발 ‘ELS 대란’이 다시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홍콩H지수에 편입된 중국공상은행(ICBC) 등 70%이상을 차지하는 중국 금융주가 부실로 대거 폭락할 가능성이 점쳐진다는 이유에서다.

   
▲ 사진=연합뉴스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홍콩H지수는 올 초 7500선이 무너졌다가 최근 8500선을 회복했지만 여전히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중국경제의 경착륙 우려가 여전한데다 6월경으로 예상되는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홍콩H지수의 폭락 가능성은 아직도 남아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홍콩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ELS를 대거 발행한 국내 증권사에도 타격이 우려된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홍콩H지수가 기초자산인 ELS의 5월 미상환 잔액은 여전히 24조2227억원에 달한다. 이는 ELS 대란을 겪었던 올 1월, 24조7283억원과 큰 차이가 없는 금액이다.

올 초 대란으로 인한 금융당국 규제로 지난해 6월 3조6030억원에 달했던 홍콩H지수 기초자산 ELS는 올 5월 2856억원으로 10분의 1이상으로 급락했지만 여전히 미상환‘ ELS 폭탄’은 대규모로 남아 있는 것이다.

한화투자증권은 ELS 운용 부실 여파로 지난해 적자전환한데 이어 올 1분기에도 908억원 영업손실을 기록하면서 충격을 안겼다.

무엇보다 중국 기업의 이익이 둔화하고 있는 것이 문제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중국 기업의 재무상황에 악화로 올해 중국 기업의 부도가 작년의 3배가 넘는 25건까지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중국 경제 성장률이 떨어지고 있고 중국 중국공상은행 등 금융사가 기업에 얼마나 자금 지원을 했는지 정확한 정보가 공개되지 않고 있다”며 “추가적으로 기업실적이 악화될 가능성이 얼마든지 열려있어 금융사가 부실화된다면 홍콩H지수가 다시 폭락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황 실장은 “홍콩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발행된 ELS의 위험이 완전히 해소됐다고 볼 수 없다”면서 “중국 경제가 부실화되면 언제든 불거질 수 있는 이슈”라고 지적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홍콩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포함된 공모 ELS 3136개(14조8504억원 규모) 중 이미 764개(2조4836억원)에서 녹인(원금손실 가능구간·knock-in) 진입이 발생했다.
 
이들 ELS의 평균 만기일은 2018년 5월로 아직 원금손실이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홍콩H지수가 다시 폭락할 경우 대규모 녹인 사태가 재현될 것으로 전망된다.

안유화 한국예탁결제원 박사는 최악의 경우 파산하는 국내 증권사가 나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안 박사는 “홍콩 경제는 중국 경제에 90% 이상을 의존하고 있는데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면 본토 환율은 통제가 가능하지만 달러에 7.75∼7.85 홍콩달러를 유지하는 페그제를 운용하고 있는 홍콩 외환시장은 충격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과거 외환위기 때는 중국이 홍콩에 달러를 지원했지만 이번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다. 환투기 세력의 개입으로 외환위기가 다시올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대표적 환투자자인 조지 소로스는 중국 위안화 약세에 베팅하면서 연일 중국 경제가 곧 위기를 맞을 것이라고 부정적 전망을 쏟아내고 있다. 최근 위안화 가치는 5년내 최저 수준을 기록하면서 증시에서의 자금 유출 우려가 커지고 있는 모습이다.

안 박사는 “현재 홍콩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 한국 증권사의 ELS는 지수가 8000이상일 때 발행된 게 대부분이어서 ELS를 많이 발행했거나 중소형 증권사는 최악의 경우 자본금이 다 날아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특히 한화투자증권 사례에서 보듯, 수익구조가 다변화되지 않은 중소형 증권사의 타격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화투자증권은 홍콩H지수 폭락으로 ELS 자체 헤지 과정에서 큰 손실을 입었다.

일각에서는 크게 우려할 정도는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홍콩H지수가 하락할만큼 하락한데다 증권사가 리스크 대비를 충분히 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창규 NH투자증권 알파전략부장은 “시장은 바보가 아니라서 예상했던 방향으로만 움직이지 않는다”며 “1만4000선이었던 홍콩H지수가 지금 8000선이면 저평가됐다는 논리가 통한다”고 말했다.

최 부장은 “그림자금융 등 중국 금융권의 부실 얘기는 오래 전부터 나온 얘기고 증권사들도 ELS 리스크를 한번 겪었기 때문에 충분히 대비하고 있다”며 “누구나 걱정하는 것은 걱정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한편, 금융당국은 홍콩H지수 기초자산 ELS를 규제하고 있어 위험이 크게 확산될 가능성은 적다는 입장이다.

이형주 금융위원회 자본시장과장은 “증권사 행정지도를 통해 1년 동안 홍콩H지수 ELS 신규 발행금액이 상환금액을 초과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해외에서는 특정 상품 출시를 금융당국이 규제하는 경우는 없다”며 “지수가 떨어졌을 때가 오히려 투자기회인데 이를 막는 부작용이 있어 아쉽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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