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공개 정보' 사전유출 확인시 자본시장법 의거 처벌 가능
[미디어펜=이원우 기자]최은영 전 한진해운 회장(현 유수홀딩스 회장)이 회사 주식을 매각하기 전 미공개 정보를 취득했다는 의혹이 산업은행과 삼일회계법인 압수수색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검찰 측의 '강공'에 산업은행과 삼일회계법인 관계자들은 표정관리를 하고 있지만 사정은 그리 녹록치 않다.

29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검찰은 지난 23일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단장 서봉규 부장검사)은 여의도 산업은행 본사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수색 대상은 산은에서 기업금융본부 부행장을 맡고 있는 류희경 수석부행장 집무실이었다. 이날 검찰은 용산 삼일회계법인에 대한 압수수색도 함께 진행했다. 

   
▲ 최은영 전 한진해운 회장(현 유수홀딩스 회장)이 회사 주식을 매각하기 전 미공개 정보를 취득했다는 의혹이 산업은행과 삼일회계법인 압수수색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한진해운


양 기관은 모두 한진해운과 가까운 관계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산업은행은 한진해운의 주채권은행이고, 삼일회계법인은 산업은행의 실사기관이다. 삼일은 올해 초부터 약 3개월간 한진해운의 예비 실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최 회장과 두 딸은 한진해운의 자율협약 신청 소식이 나오기 전인 지난달 6일∼20일에 걸쳐 보유 중이던 한진해운 주식 전량을 매각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검찰은 최은영 전 한진해운 회장이 한진해운 주식을 매도하기 전 안경태 삼일회계법인 회장과 통화를 한 뒤 부하 직원에게 '매도 지시'를 내린 정황을 포착했다.

현행 자본시장법은 '시장질서 교란행위 금지 조항'을 두고 있다. 이 조항은 준내부자가 정보를 전달할 경우 해당 당사자는 물론 정보를 취득한 1차 정보수령자까지 형사처벌을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만약 안 회장이 최 전 회장에게 미공개 정보를 흘렸다면 처벌대상이 될 수 있다. 

현재 최은영 회장 측은 남편인 조수호 전 한진해운 회장이 2006년 사망한 후 물려받은 주식의 상속세를 내기 위해 금융 대출을 받았고, 그 대출금을 갚기 위해 주식을 팔았다고 해명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하필이면 한진해운 자율협약 신청소식이 나오기 직전에 주식을 매각했다는 점, 최 회장 일가의 경제상황이 주식 매도금으로 대출금을 갚을 만큼 절박한 상황이었느냐는 점 등이 주된 의혹으로 제기되고 있다.

한편 수석부행장이 압수수색을 받게 된 산업은행 측은 곤란한 표정을 짓고 있다. 한 관계자는 "주 채권단의 최고 담당자이기 때문에 수사를 진행한 것"이라고 선을 그으면서 "피의자도 아닌 참고인 신분으로 진행되는 수사에 공식적인 코멘트를 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검찰이 최은영 회장의 혐의에 대해 '강공'으로 나오는 데에는 그만큼 유력한 정황이 포착됐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많다. 검찰은 이미 한진해운 측이 자율협약을 결정하기까지의 과정을 정리한 금융위원회 조사내용을 검토하고, 한진해운 내부 주식관리 부서 관계자들에 대한 조사, 최 회장 측 통화 내역에 대한 통신수사 등을 복합적으로 진행해 왔다. 

이미 최 회장이 지난달 한 지인으로부터 '한진해운이 자율협약을 신청할 것이고, 그로 인해 주가가 크게 하락할 것'이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받은 사실까지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문제가 최은영 회장 일가의 '모럴 해저드'에서 그치지 않고 국내 최대의 회계법인과 국책은행으로까지 번질 경우 그 후폭풍은 감당하기 힘든 수준이 될 수도 있다는 분석이 점점 힘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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