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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재찬 공정거래위원장(사진)이 지난 26일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6월 말까지는 (CD금리 담합 안건이) 전원회의에 부쳐지지 않을까 한다"고 밝힌 이후 CD금리 담합 논쟁이 다시 공론화 됐다./연합뉴스 |
[미디어펜=이원우 기자]공정거래위원회가 시중 6개 은행들의 'CD금리 담합' 혐의에 과징금을 부과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자 은행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구조조정 기업들에 대한 충당금도 모자라서 거액의 과징금까지 물게 생긴 까닭이다. 애써 담담한 입장이지만 은행들은 '억울하다'는 표정이 역력하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는 2012년부터 4년간 조사해 온 은행들의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 담합 의혹에 대해 6월 말 전원회의를 개최해 결론을 내기로 했다. 이는 정재찬 공정거래위원장이 지난 26일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6월 말까지는 (CD금리 담합 안건이) 전원회의에 부쳐지지 않을까 한다"고 밝힌 이후 공론화 됐다.
한 매체는 이와 관련 "민감한 사안에 대해 처리 시점을 공개 예고한 것은 담합 증거를 확보했다는 자신감을 표시한 것으로 받아 들여진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공정위 카르텔총괄과 최영근 과장은 "말 그대로 6월말 전원회의를 통해 담합여부를 결정짓는다는 의미"라며 말을 아꼈다.
그러나 신한‧국민‧KEB하나‧우리‧농협‧SC제일 등 이번 논란에 관련된 은행들은 CD금리 담합 문제가 계속 언급된다는 사실만으로도 엄청난 부담을 느끼는 분위기다.
만기 3개월짜리 채권인 CD는 시중은행들이 단기자금 조달용으로 발행하는 것으로 가계나 기업이 은행대출을 받을 때 기준금리 역할을 한다. CD금리가 높게 유지되면 돈을 빌려준 은행은 부담을 덜지만 소비자들은 주택담보대출 등을 받을 때 높은 이자를 감수해야 한다.
이번 담합 의혹의 출발은 지난 201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해 7월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연 3.25%에서 연 3.0%로 인하했다. 이에 영향을 받아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그해 4월 9일 3.5%에서 7월 17일 2.92%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CD금리는 같은 기간 3.55%에서 3.54%로 0.01%p만 하락해 담합 논란이 불거졌다.
공정위는 그해 담합 시중 주요은행들에 대한 현장조사를 실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 4년간 CD금리 담합 문제는 증거부족과 국민검사 기각 등 법원이 은행권의 손을 들어준 모양새로 진행돼 왔다.
공정위가 올해 2월 다시 담합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 올리면서 은행권은 망연자실이다. 아직 결과가 확정된 것은 아니어서 현 시점에서 적극적인 입장을 내놓은 은행은 없다. 다만, 공정위의 제재에 대한 차후 입장을 정리하겠다는 것.
은행권 한 관계자는 "만약 공정위 측에서 제재가 가해질 경우 소송으로 맞서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2월 언론 보도에 적극적으로 대응했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은행연합회도 말을 아끼고 있다. 다만 2012년 여름 CD금리 변동이 거의 없었던 사실에 대해 '누구에게도 담합 권한은 없으며 정부 당국의 행정지도에 따르다 보니 생긴 일'이라는 데에는 은행권 대다수의 견해가 일치한다.
금융위원회는 2010년 말부터 예대율 산정 시 CD를 제외하도록 권고한 바 있다. 은행 예대율(예금잔액 대비 대출잔액 비율)을 낮추기 위한 이 조치는 은행들이 CD 발행물량을 늘려도 그만큼 대출을 늘릴 수 없도록 사실상 제한하는 것이었다.
자연스럽게 CD 발행은 2010년 50조원에서 2011년 33조원, 2012년 25조원 수준으로 감소했다. 은행들은 '2년 만에 절반 수준으로 줄어든 CD 물량이야말로 금리 고정의 근본 원인이었다'고 입을 모은다. 당국이 CD금리를 유지하라는 권고를 직접 내린 것은 아니지만 행정지도에 따르다 보니 자연스럽게 금리가 고정될 수밖에 없었다는 입장이다.
재차 불거진 이번 논란으로 '신뢰'를 핵심가치로 하는 은행들은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을 위기에 놓였다. 뿐만 아니라 기업 구조조정에 따른 충당금 리스크에 덧붙여 담합 판정에 대한 '과징금 리스크'까지 얹어질까 우려하는 모양새다.
작년 말 기준 국내 은행의 고정이하 여신 대비 대손충당금 적립 잔액은 총 33조 5678억 원이다. 이는 국가 예산의 10%에 해당하는 거액이며 관련 통계를 집계한 2008년 이후 최고치다. 특히 기업 부실이 빠른 속도로 진행된 작년 한 해에만 3조 5450억 원이 증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정상' 등급으로 분류돼 충당금 적립 대상에서 제외된 대우조선해양 관련 금액은 제외된 수치다.
금융소비자원은 시중 6개 은행이 CD금리 담합으로 4조 1000억 원의 부당이득을 취했다고 추산하고 있다. 이 내용이 사실일 경우 부당이득의 10%까지 부과되는 과징금은 최대 4000억 원에 육박하게 된다.
농협은행을 비롯해 구조조정 여파로 많은 부담을 떠안고 있는 은행들이 거액의 과징금에 이어 고객 신뢰도 하락까지 걱정해야 할 판이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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