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상일 기자]지하철 2호선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 사고로 숨진 정비용역업체 직원의 유가족과 시민사회단체, 지하철노동조합 관계자 등이 당국에 원인 규명을 촉구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울지하철노조 등 20여개 단체는 31일 오전 서울 광진구 구의역 대합실 내 추모공간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서울시와 서울메트로가 피해자를 죽인 것이나 다름없다"고 강하게 규탄했다.
기자회견 자리에는 사고로 숨진 정비사 김모(19)씨의 모친이 참석해 눈물을 쏟으며 마이크를 쥐고 발언했다.
모친은 "엄마로서 울고만 있을 상황이 아니어서 용기를 냈다"며 "지금도 내 아들이 온몸이 부서져 피투성이로 안치실에 누워 있다는 사실을 믿을 수가 없다"고 입을 뗐다.
숨진 첫째 아들에 대해 모친은 "스무 살 먹고도 엄마 뺨에 뽀뽀할 만큼 곰살맞은 아이"라면서 "늘 '책임감'을 강조하며 키웠더니 스스로 대학 포기하고 공고에 진학해 돈 벌어서 집에 갖다 주더라"고 회상했다.
이어서 "차라리 우리 애가 게임이나 하고 술이나 마시는 아이였으면 지금 살아있을 것"이라며 "집에 보탬이 되려고 끼니 걸러가며 시킨 대로 일하다가 이렇게 죽임을 당했다"고 눈물을 터뜨렸다.
그는 "내가 '회사 가면 상사가 지시하는 대로 책임감 있게 해야 한다'고 가르쳤다"면서 "우리 사회는 책임감 강하고 지시 잘 따르는 사람에게 남는 것은 죽음뿐인데 애를 그렇게 키운 게 미칠 듯이 후회된다"며 오열했다.
아울러 "서울메트로 설비처장이 찾아와서는 '전자운영실에 보고 안 하고 작업한 아이 잘못'이라고 했는데, 시킨 대로 했을 우리 아이가 규정을 어겨서 죽음을 당한 것이냐"면서 "언론이 내 원통함을 풀어달라"며 목놓아 울었다.
시민단체는 기자회견문에서 "서울시와 서울메트로는 2인1조 매뉴얼이 있다며 노동자 개인 책임으로 돌리지만 이번 사고는 구조적 문제가 낳은 살인"이라며 "문제는 매뉴얼이 아니라 외주화, 최저가입찰, 하청"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윤을 위한 안전업무 외주화는 대형사고로 이어진다"면서 "열차 운행 시간에는 선로작업을 금지시켜 노동자의 생존을 보장하고, 외주화된 안전업무를 모두 중단시킨 다음 즉각 직영으로 전환하라"고 요구했다.
같은 시간 민주노총 여성연맹은 고인의 시신이 안치된 건국대병원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서울메트로는 지난해 2인1조를 운영하겠다고 약속해놓고 고작 10명을 충원해 인재(人災)를 유발했다"고 비판했다.
이어서 "또 사고가 일어나자 이번에는 60세 이상 기술자 22명을 해고하고 안전업무를 맡을 자회사를 설립하겠다고 한다"면서 "서울메트로는 자회사 추진을 중단하고 청년노동자를 직접고용하라"고 촉구했다.
[미디어펜=이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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