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입법 청원…20년 해묵은 논란 종결될까
[미디어펜=이상일 기자]지난 20년 동안 되풀이된 '국보 1호' 교체 논의가 국회로 넘겨졌다.

문화재제자리찾기, 우리문화지킴이, 국어문화실천협의회 등 시민단체들은 31일 국회 정론관에서 노회찬 정의당 의원이 배석한 가운데 기자회견을 열고 제20대 국회 1호 청원으로, 훈민정음 해례본 국보 1호 지정을 위한 입법 청원을 한다고 밝혔다.

   
▲ 숭례문/문화재청 홈페이지


노회찬 의원은 회견에서 "한글 창제의 의미와 해설을 담은 훈민정음 해례본은 우리나라 국보 1호로 손색없는 문화유산"이라며 "1996년 이후 20년째 진행되고 있는 국보 1호 재지정 논의를 민의의 전당인 국회로 가져와야 한다"고 말했다.

이대로 국어문화운동실천협의회 회장은 "일제강점기부터 이어져 온 문화재 지정 번호를 그대로 이어받아 숭례문을 국보 1호로 정했다는 사실이 부끄럽다"고 지적한 뒤 "문화재청에 건의해도 바뀌지 않아 국회에 국보 1호 교체를 호소한다"고 설명했다.

훈민정음 해례본 국보 1호 지정 청원서가 제출됨에 따라 논란이 지속된 국보 1호 변경 문제가 종지부를 찍을지 관심이 쏠린다. 현재 문화재 지정 번호를 사용하는 나라는 한국과 북한뿐이다.

우리나라에서 지정 번호는 관리와 행정 편의를 위해 부여된 것일 뿐, 우열을 가리거나 서열을 매기는 수단은 아니다. 

하지만 보물 가운데 역사적·학술적·예술적 가치가 뛰어나며, 제작 연대가 오래된 것 중에 지정되는 국보의 제1호는 상징성이 클 수밖에 없다. 숭례문(崇禮門) 대신 훈민정음(訓民正音) 해례본을 국보 1호로 지정하자는 주장은 숭례문이 국보 1호로 적합하지 않다는 데에서 출발한다.

한양도성의 정문이자 조선 건축술의 총화인 숭례문은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에 의해 조선 고적(古蹟) 제1호로 지정됐고, 1962년 문화재보호법이 시행되면서 국보 제1호로 승격됐다.

일각에서는 임진왜란 당시 가토 기요마사(加藤淸正)가 이끄는 왜군이 한양으로 입성한 문이어서 일제가 숭례문을 고적 1호로 만들었다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한다.

이처럼 현재의 문화재 지정 번호는 일제의 잔재이고 숭례문은 역사적 정통성이 부족하다는 비판은 20년 전부터 국보 1호를 뒤흔드는 논거로 자주 거론됐다. 특히 2008년 2월 발생한 숭례문 화재는 또다시 자격론 시비를 촉발하는 계기가 됐다.

당시 화재로 인해 숭례문은 문루의 상당 부분이 소실됐으나, 문화재위원회는 역사성과 장소성이라는 측면에서 숭례문이 갖는 가치가 여전하고 돌로 된 성문과 문루 중 일부가 남았다는 점을 들어 국보 1호의 지위를 유지하기로 했다.

하지만 복구 과정에서 부패와 부실 공사 의혹이 불거지면서 숭례문은 국보로서의 권위 실추를 감내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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