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조원 투입하고 법정관리된 STX조선 사례 피해야" 지적
[미디어펜=이원우 기자]현대상선이 채무재조정에 성공하면서 한시름을 놓았지만 앞으로 과연 구조조정을 제대로 해낼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막대한 자금을 지원 받고도 결국 법정관리 수순으로 간 STX조선해양의 전철을 밟는다면 심각한 혈세 낭비가 반복될 수 있다는 지적에 산업은행도 긴장하고 있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대상선은 오후 2시 현재까지 올해와 내년 만기가 도래하는 전체 공모사채 8043억 원 중 85%에 해당하는 6843억 원에 대한 채무 재조정에 성공했다. 최근 가진 네 차례의 사채권자 집회는 모두 수월하게 마무리 되며 경영정상화 가능성을 높였다. 이날 오후 3시로 예정된 나머지 채무에 대한 재조정도 전망이 좋은 편이다.

   
▲ 현대상선이 채무재조정에 성공하면서 한시름을 놓았지만 앞으로 과연 구조조정을 제대로 해낼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현대상선


이날 현대상선 측은 해외 선주들과의 용선료 협상이 문제없이 잘 진행 중이라는 점, 글로벌 해운동맹에 곧 가입이 가능하다는 점을 적극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총 8042억 원의 사채권자 채무재조정이 모두 완료되면 현대상선의 '경영 정상화'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타결 수순으로 가고 있는 용선료 협상 또한 이번 주 중 결론이 날 것으로 추측된다.

그러나 사채권자들의 지지와 함께 진행된 채무재조정에 대해서는 우려 섞인 시선도 있다. 막대한 손실을 감수해야 하는 법정관리를 피하기 위해 사채권자들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재조정에 동의한 측면이 크다는 분석이다. 

이에 대해 최배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대상선이 부채를 축소시킨다 해도 결국 수익을 내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장기적 관점에서 경쟁력 확보가 되지 않으면 시간이 흐른 뒤 적자 문제는 필연적으로 재발할 것이고, 그때 가서 법정관리에 들어가게 되면 구조조정에 투입된 노력과 자금이 허비되는 결과를 맞게 된다는 지적이다.

STX조선해양의 사례가 바로 이와 같은 수순으로 진행됐다. 2013년 4월 채권단 공동관리(자율협약) 수순에 돌입해 3년 넘는 시간동안 산업은행으로부터 3조원, 수출입은행으로부터 1조원에 해당하는 막대한 자금을 지원 받았다. 하지만 결국 법정관리로 가게 되면서 '혈세 낭비'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이와 같은 실패가 현대상선에서 재현되선 안 된다는 긴장감을 가지고 있는 곳은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다.

산은 한 관계자는 "STX조선과 해운사인 현대상선 문제는 다르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면서 "조선사는 선박을 신규 수주하기 위해 금융기관의 RG발급 등 신규자금이 필요한 부분이 있었지만 해운사는 채무재조정과 용선료 인하가 완료되면 신규자금 지원 없이도 어느 정도 정상화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대상선 구조조정에 정부 자금이 전혀 투입되지 않는 건 아니다. 정부는 작년 말 12억 달러(약 1조4000억 원) 규모의 선박펀드를 조성해 부채비율 400% 이하의 해운사들에게 1만4000TEU급 컨테이너선을 1차로 4척, 이후 총 10척을 신조해 공급할 것이라고 밝힌바 있다. 

채무재조정이 원활하게 진행될 경우 현대상선 또한 세금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되는 셈이다. 바꿔 말하면 현대상선이 구조조정에 실패할 경우 다시 한 번 혈세 투입 논란이 불거질 수도 있다.

근본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 STX조선의 패착은 결국 STX가 '시장'에서 살아남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중소형 조선사로 기업 성격을 바꾼다는 복안을 세우기도 했지만 올해 들어 단 한 척의 배도 수주하지 못하는 등 경영 정상화가 되지 않았던 것이다. 

따라서 논란을 피하려면 현대상선 역시 비용절감과 수익창출에 대한 계획을 면밀하게 세울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강민 한국기업평가 책임연구원은 "용선료 인하뿐 아니라 보다 적극적인 원가 절감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면서 "주요 터미널 하역 요율 인하, 해운동맹 내 협력 강화, 육상 운송 요율 인하 등을 통해 하역비, 운송비 등 기타 원가에 대한 추가적인 비용 축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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