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지호 기자] 국민연금이 영국 본사 옥시레킷벤키저(이하 옥시)에 거액을 투자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비난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7일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의 2014년말 기준 해외주식 투자종목 공시를 보면 국민연금은 옥시에 861억원을 투자했다. 전체 해외주식 투자금의 0.15% 수준으로 해외주식 투자 기업 2659개 중 132위에 해당한다. 국민연금의 옥시 지분율은 0.13%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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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연합뉴스 |
현재도 국민연금이 옥시에 투자하는지는 확실치 않다. 올해 말 투자내역은 국민연금투자지침에 따라 6개월이 지난 후에나 공개되기 때문에 7월이나 돼야 알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2014년말 자료여서 국민연금이 옥시의 보유지분을 모두 팔아버렸을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과거 옥시에 투자했다는 사실만으로 시민단체가 크게 반발하고 나서는 등 국민연금의 책임투자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국민의 세금을 걷어 비도덕적 기업에 투자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는 여론이다.
지난해 개정된 국민연금법 102조 4항은 “기금을 관리·운용하는 경우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수익 증대를 위하여 투자 대상과 관련한 환경·사회·지배구조 등의 요소를 고려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기금 운용 시 ‘사회 책임투자’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조항이다.
그러나 강제적인 것은 아니어서 국민연금이 투자에 구속을 받지는 않는다. 악덕 기업이라도 국민연금의 수익성이나 안정성에 도움이 된다면 얼마든지 투자가 가능한 것이다.
백진주 보건복지부 사무관은 “국민연금은 재무적투자자로서 현행법의 투자원칙에 따라 기금의 안정성과 수익성을 우선으로 놓고 투자하게 된다”며 “옥시 사태로 인해 국민연금의 투자 원칙을 바꾸는 것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국민연금이 투자 기업을 선정할 때 사회적인 책임을 더욱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국민연금은 지난해에도 일본 전범기업 97곳에나 투자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국민연금이 책임투자를 외면해 온 것은 아니다. 국민연금은 지난 2009년 유엔 책임투자원칙(UN PRI)에 가입했고 지난 2014년 8월부터는 책임투자 가상펀드를 운용하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는 책임투자를 강화하기 위해 투자대상과 관련한 비재무적 지표인 환경·사회책임·지배구조(ESG) 평가지표를 개발 중이지만 뒤늦은 감이 없지 않다는 지적이다. 현재 책임투자를 위해 국민연금 기금운용에 적용되는 평가지표나 시스템은 전무한 상황이다.
남재우 자본시장연구원 “국민연금이 책임투자를 강화를 위해 아무것도 안 하는 것은 아니지만, 아직 시장에 정착된 지표도 없고 사회적 합의도 이뤄지지 않았다보니 선진 연기금에 비해 책임투자를 고려하는 것이 늦어지고 있다”며 “공적 연금의 특성상 사건이 터질 때마다 비판에 직면할 것을 고려하면 하루 빨리 사회적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도입해 시행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한편, 국민연금은 2014년말 현재 대우조선해양에도 2955억원을 투자하고 있다. 지분율은 8.3%에 달한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 대규모 부실을 기록하면서 위기에 빠져 있다.
[미디어펜=김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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