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1.25% 인하…역사상 최저 금리 수준
[미디어펜=이원우 기자]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1.25%로 인하한 배경에는 정부가 추진 중인 기업 구조조정을 위한 '선제적 대응'의 의미가 담겨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결과적으로 이번 금리 인하는 양적 완화와 기업 구조조정은 물론 수출기업 실적 개선에도 도움이 되리라는 전망이 나온다. 주식‧채권시장에도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은행(총재 이주열)은 다수 전문가들과 시장의 예상을 깨고 기준금리를 기존 연 1.50%에서 0.25%p 내려간 연 1.25%로 '깜짝' 인하했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조정한 것은 작년 6월 이후 1년 만이다. 지난 4월부터 임기를 시작한 금융통화위원 7인 중 4인은 두 달 만에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조정했다. 연 1.25%의 기준금리는 사상 최저 수준이다.

   
▲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1.25%로 인하한 배경에는 정부가 추진 중인 기업 구조조정을 위한 '선제적 대응'의 의미가 담겨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연합뉴스


한 가지 특이한 점은 기준금리를 동결했던 지난 5월 금통위에서 '금리 인하 소수의견'이 나오지 않았던 상황 이후 이달 금통위에서 '금리 인하 만장일치'로 판세가 급진전 됐다는 점이다. 다만 지난 달 금통위 회의록을 보면 한 금통위원은 동결 의견을 내면서도 "조속한 시일 내 기준금리 인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주열 총재는 이날 금통위원 본회의 직후 개최된 기자간담회에서 금리 인하 배경을 상세하게 밝혔다. "상반기 경제 성장률은 현재 예상을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지만 문제는 하반기"라고 언급한 이 총재는 "글로벌 교역 부진 정도가 생각보다 크고 기업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면 그에 따른 영향으로 하반기에는 하방 위험이 클 것으로 판단된다"며 금리 조정 이유를 설명했다.

이 총재는 이번 조치에 대해 "정부의 구조조정 계획과는 전혀 무관하다"는 입장을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다만 "구조조정 진행이 소비와 고용, 투자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고려한다"는 견해를 표명했다. 정부의 구조조정을 위해서 금리를 인하한 것은 아니지만 구조조정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가중될 리스크를 의식한 것은 사실이라는 의미로 풀이된다.

한은의 발 빠른 대응은 우리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자본시장연구원 이효섭 연구원은 "양적 완화와 정부 구조조정 지원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원화 약세를 유도해 수출기업 위주로 실적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연구원은 주식시장과 채권시장에도 금리 인하가 호재로 작용하리라고 예측했다. 실제로 기준금리 인하 뉴스가 전송된 이후 이날 코스피 지수는 장중 2030을 돌파했다. 단 이 연구원은 "가계부채 증가 속도가 빠르고 기업의 실질적인 투자 증대에 도움이 되지 않고 있어 이번 금리 인하가 국민소득 증대에 얼마나 영향을 줄 것인지는 의문"이라고 부연했다.

일각에선 한국은행이 4분기 중 기준금리를 추가 인하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왔다. 

하나금융투자 이미선 연구원은 "이번 금리인하 결정에는 구조조정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려는 정부 의지가 강하게 반영됐다"면서 "하반기 구조조정은 속도감 있게 진행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국내 GDP에서 약 1.8%를 차지하는 조선업 생산 감소와 3만 명 이상의 인력감축, 선박건조 감소에 따른 철강업 위축가능성 등 광범위한 경기 하방압력이 예상돼 4분기 중 (기준금리) 추가 인하를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한은 간담회에서도 금리 추가 인하 가능성을 묻는 질문이 나왔다. 이주열 총재는 "기준금리를 어디까지 내릴 수 있는지는 판단하기 어렵다"면서도 "다만 이번에 금리를 내림으로써실효 하한선에 가까워진 것은 맞다"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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