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상일 기자]지난달 11∼12일 일본 도쿄에 있는 하네다(羽田)공항 활주로에 개 4마리가 활보하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졌다.
철통 보안이 필수인 활주로가 '견공(犬公)'의 습격에 꼼짝없이 당한 셈이다.
이 여파로 항공기 16편의 이·착륙이 지연됐다. 심지어 홋카이도(北海道) 신치토세(北海道) 공항에서 출발한 항공기가 내리지 못해 미야기(宮城)현 센다이(仙台)공항으로 착륙지를 변경하며 하네다 공항은 체면을 구겼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공항은 개떼 같은 육상 동물의 침입에 안전할까. 현재까지는 '그렇다'이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12일 "지금까지 국내 민간 공항에 동물이 지상으로 침입한 사례는 없다"고 확인했다.
국내 각 공항은 경계 전 구간에 콘크리트 담장을 설치하고 CC(폐쇄회로)TV 감시와 보안요원 24시간 경계근무를 하며 외부의 침입을 차단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공항의 안전을 위협하는 야생동물은 하늘에 있다. 바로 새다. 이른바 '버드 스트라이크'를 일으키는 새는 항공기 안전에 매우 큰 위험이 된다는 게 공항 측 설명이다.
올해 1월 9일 오전 김포발 제주행 진에어 소속 LJ303편 항공기는 이륙 직후 엔진에 새가 빨려 들어가는 바람에 다시 내릴 수밖에 없었다.
작년 12월에는 터키 이스탄불발 인천행 아시아나항공 여객기 코 부분에 조류가 부딪쳐 13시간 넘게 이륙하지 못했다.
'버드 스트라이크' 사고는 잊을 만 하면 벌어진다. 국토교통부 통계에 따르면 작년 한 해 국내 공항에서 발생한 버드 스트라이크는 모두 287건이다. 2014년 234건에 비해 크게 늘었다.
버드 스트라이크로 인한 경제적 피해도 만만치 않다.
경희대 한국조류연구소 홍미진 연구원은 작년 국토부가 개최한 '공항안전 및 전력기술 세미나'에서 버드 스트라이크로 국적 항공사들이 연간 150억∼200억원의 피해를 보는 것으로 추산했다.
국내 공항은 전문 인력과 장비를 배치하는 한편 조류 생태 분석 등으로 이를 원천봉쇄하려고 노력 중이다.
한국공항공사는 국내 14개 공항에서 퇴치 인원 54명(군 인력 제외)에 소리로 새를 쫓는 폭음기 54대, 경보기 107대, 엽총 52정 등을 동원해 조류 퇴치에 힘쓰고 있다.
특히 김포국제공항은 버드 스트라이크에 대비해 1년간 공항 근처 조류를 관찰한 생태연구용역을 토대로 대책을 수립했다.
오리·백로·기러기 등을 고위험 조류로 분류하고 주요 출몰 시기, 먹이 등 습성을 파악했다. 조류가 자주 출몰하는 지점은 '핫 스팟(Hot Spot)'으로 지정하는 등 맞춤형 퇴치 방안도 마련했다.
동물 보호를 위해 가능하면 조류를 생포한다. 항공기 이·착륙에 방해되지 않도록 조류 휴식이나 번식에 유리한 장소 5곳을 지정해 관리하는 '유인책'도 세웠다.
이밖에 열화상 카메라나 페인트볼총, 그물총 등 새로운 장비 도입도 검토하고 있다고 한국공항공사는 설명했다.
인천국제공항을 관리하는 인천공항공사도 비슷한 수준의 야생동물위험관리계획을 세웠다. 30명으로 구성된 야생동물통제관리소를 중심으로 조류 퇴치 활동을 벌인다.
공항 관계자는 "항공기 충돌 사고 위험을 최소화해 안전 운항을 확보하고자 체계적 계획을 세워 운용 중"이라며 "관리 조류종을 더 세분화하고 취약 시간대인 일출·일몰 때 인력을 추가 배치하는 등 예방 활동을 강화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이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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