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신진주 기자]신동빈 회장이 해외출장 일정으로 한국을 떠난 사이 검찰의 강도 높은 수사로 롯데그룹은 사상 최악의 위기를 맞았다. 창사 70여년 만에 최대 위기다.
이런 가운데 비자금,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 증거 은폐 정황 포착 등 각종 비리 의혹을 받으며 큰 타격을 입은 신동빈 회장의 향후 행방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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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자금,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 증거 은폐 정황 포착 등 각종 비리 의혹을 받으며 큰 타격을 입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향후 행방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신동빈 롯데 회장. 미디어펜 |
신동빈 회장은 한국 귀국을 서두르지 않고, 미국에서 곧바로 일본행 비행기에 탑승할 것으로 보인다. 6월 말로 예정돼 있는 일본 롯데홀딩스 정기 주주총회를 준비하기 위해서다.
13일 롯데그룹 관계자는 "신동빈 회장은 오는 14일 미국 루이지애나주에서 열리는 에탄크래커 공장 기공식에 참석해 티시만 액시올 최고 경영자 등을 만날 예정이며 이후 일본 롯데홀딩스 주총과 관련해 일본으로 향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에 잠시 들렸다 곧바로 한국으로 돌아올 수도 있고, 일본 주총이 끝난 뒤 올 수도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아직 신 회장님 일정에 대해선 확실히 정해진 바는 없다"고 덧붙였다.
앞서 신동빈 회장은 지난 7일 출국해 멕시코 칸쿤에서 열리는 국제스키연맹 총회에 대한스키협회장 자격으로 참석했다.
이후 미국으로 건너가 미국 석유화학 업체 액시올(Axiall)사 인수 건을 챙길 예정이었다. 하지만 지난 10일 검찰이 롯데그룹에 대한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진행하자, 롯데케미칼은 액시올 인수를 포기하기로 결정했다.
롯데케미칼이 2조원 이상 들여 적극적인 인수의지를 피력하며 추진하던 인수건을 포기한 데는 검찰의 롯데그룹 전방위 수사의 영향이 컸다. 수사가 진행됨에 따라 3조원에 가까운 자금을 들여 에탄가스 분해공장을 건설할 수 있을지 미지수가 됐기 때문이다.
당초 기공식 일정 이후 신동빈 회장은 해외출장 일정을 끝내고 이주 내로 한국에 귀국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검찰의 강도 높은 수사로 흔들리는 자신의 위치를 확고히 하기 위해 일본으로 향할 것이라는 것이 업계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신동빈 회장 입장에선 본인 지지 기반을 다잡고 현재 경영권 분쟁 중인 형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의 역습을 막는 것이 중요하다.
만약 한국에 귀국했다가, 추후 주주총회 참석을 위해 일본으로 갈 경우 검찰의 출국 금지 조치가 취해질 수 있기 때문에 일본 주총이 끝난 뒤 국내로 돌아올 확률이 높다.
그동안 신동빈 회장은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들의 과반수 이상의 지지를 받아왔지만 이번 검찰 수사로 경영권 분쟁의 향방을 예측하기 힘들어졌다.
신동주 전 부회장은 이번 일본 롯데홀딩스 정기주총에서 신동빈 회장 등 롯데홀딩스 이사진 7명을 해임하는 안 건을 상정해 달라고 요구한 상황이다.
그동안 두 차례의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총회에서 실패하는 등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수세에 몰렸던 신동주 전 부회장은 검찰 수사를 계기로 신동빈 회장에 대한 재반격을 시도하고 있다.
신 회장은 일본 주주총회 표 대결에서 승리할 수 있도록, 지지 세력을 확고히 하는 등 어느 정도 수습 한 뒤 한국에 돌아올 것으로 예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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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해외출장 일정으로 한국을 떠난 사이 검찰의 강도 높은 수사로 롯데그룹은 사상 최악의 위기를 맞았다. 창사 70여년 만에 최대 위기다. /미디어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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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빈 회장은 국내에 돌아와 가장 먼저 검찰이 제기한 여러 의혹들을 소명하는 입장발표를 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8월, 경영권 분쟁이 발생한 뒤 일본에 머물던 신동빈 회장은 국내에 첫 발을 디딘 김포국제공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불미스러운 일을 만든 것에 대해 송구스럽다며 국민에게 고개 숙여 사과했다.
작년과 같은 수순으로 신동빈 회장은 이번 사태를 조속히 해결 할 것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또 신 회장은 검찰에 대응하는 소명 자료를 철저히 준비할 것을 지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1위 로펌 김앤장 법률사무소가 이를 철저히 준비할 것으로 알려졌다.
중점적으로 소명할 내용은 일각에서 제기된 국부 유출 논란이다.
롯데 측은 "2004년까지 일본롯데에 배당을 하지 않았으나 일본 국세청에서 일본롯데가 호텔롯데에 투자한 차입금에 대한 이자 등을 문제 삼은 것을 계기로 2005년부터 배당을 시작했다"면서 "이는 해외 투자금에 대해 법을 지키는 선에서 최소한의 배당이며, 2015년 국정감사 등에서도 여러 차례 설명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2014년 롯데그룹의 전체 영업이익은 3조2000억원이며, 일본 주주회사에 배당된 금액은 341억으로 약 1%에 불과하다는 것이 롯데측의 설명.
한편 현재 롯데그룹에 직면해 있는 산적한 현안들은 검찰 수사 등으로 사실상 '올 스톱' 돼 있는 상태다.
다음 달로 예정된 호텔롯데 상장은 사실상 무기한 연기됐고, 11월께로 예상되는 잠실 롯데면세점(월드타워점) 재승인, 연말 롯데월드타워 완공 등 그룹 미래를 좌우할 대형 이벤트들이 무산 또는 연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당면한 수사에 성실히 임해 의혹이 조기에 해소되고, 수사가 신속히 진행될 수 있도록 적극 협조하겠다"며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 거듭 죄송하다는 말씀 드린다"고 덧붙였다. 또 "호텔롯데 상장 여부는 관계 기관과 신중히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검찰이 롯데 비리를 샅샅이 파헤치겠다는 의지를 보인 가운데 신동빈 회장이 사상 최대 위기를 어떻게 해쳐 나갈지 주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