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NH' 브랜드 이용료 크지만 중앙회 "거론대상 아냐"
[미디어펜=이원우 기자]'충당금 쇼크'에 고통 받는 농협이 결국 다음 달부터 조직개편에 나선다. 홍보조직을 축소하는 방안이 추진되는 가운데 농협 특유의 비용인 '명칭사용료'에 대한 논란도 함께 가열되고 있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금융(회장 김용환)은 다음달 1일부터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한다. 불필요한 부동산 매각, 계열사 슬림화 등과 함께 눈길을 끄는 것은 홍보조직 개편이다. 농협 측의 설명에 따르면 내달 1일부터 농협은행, 농협생명, 농협투자증권 등의 계열사 홍보조직이 '농협지주' 홍보실로 통합된다. 

   
▲ 다음달 1일 조선업 구조조정 여파로 충당금 쇼크에 휩싸운 농협금융이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한다./연합뉴스

이에 따라 각 계열사 홍보부장직은 사라지고 지주 홍보부장이 산하 팀 단위로 계열사 업무를 분담하게 된다. 농협지주 한 관계자는 "계열사별 광고나 협찬 등의 업무가 어떻게 바뀔지에 대해서는 아직 확정된 바가 없다"면서 "내달 1일 조직개편을 준비하면서 세부인원 편성 등을 논의하는 중"이라고 전했다.

기업의 '얼굴'이라고 볼 수 있는 홍보조직을 개편하면서까지 농협이 '슬림화'를 달성해야 하는 이유는 기업 구조조정과 그에 따른 충당금이다.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대우조선해양‧현대중공업‧한진해운‧현대상선 등 조선‧해운업체에 농협이 물린 돈은 이미 5조 2000억 원에 달한다. 여기에 STX조선이 법정관리로 가거나 성동조선 등의 상황이 현재보다 악화될 경우 올해 최대 2조원에 육박하는 충당금을 새로 쌓아야 하는 형편이다. 이에 따라 2016년은 '농협 사상 최대 적자의 해'가 되리라는 전망이 팽배하다. 

그런데 '돈 샐 틈'을 조금이라도 막아야 하는 농협금융에게는 다른 기관들에 없는 과제가 하나 더 있다. 'NH' 혹은 '농협'이라는 브랜드를 사용하기 위해 농협금융 지분의 100%를 가지고 있는 농협중앙회에 지불하는 명칭사용료다. 농업협동조합법 제159조 2항은 '중앙회는 농협의 명칭을 사용하는 법인에 대해 영업수익 또는 매출액의 1000분의 25 범위에서 총회에서 정하는 부과율로 명칭사용료를 부과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문제는 이 금액이 상당히 많다는 점이다. 올해 농협금융이 중앙회에 지불한 명칭사용료는 무려 3835억 원으로, 3526억 원이었던 작년보다 309억 원이 상승했다. 경영환경은 나빠졌는데 부담은 도리어 커진 셈. 

농협은행 또한 올해 789억 원의 명칭사용료를 냈다. 농협은행 한 관계자는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이 322억 원이었음을 생각할 때 명칭사용료의 부담은 도저히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다른 계열사들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농협금융은 농협법이 '중대한 경영위기 등 불가피한 사유가 발생할 경우 명칭사용료를 감액하거나 유예할 수 있다'는 조항에 의거해 부담을 줄이기를 원하고 있지만 중앙회는 난색을 표명하고 있다. 지난 1일 김병원 농협중앙회 회장은 "명칭사용료는 협동조합의 정체성"이라면서 감액 혹은 유예방안이 거론되는 것에 거부감을 보였다.

명칭사용료는 유통활성화 사업, 농촌 복지사업, 농업인 의료지원, 재해지원 등의 형태로 일선 조합과 농민들에게 활용된다. 농협의 '정체성'에 해당하는 부분이기 때문에 중앙회로서는 양보하기 힘든 부분이지만, 워낙 상황이 안좋다 보니 농협금융으로서는 사용료 부담이라도 줄이고 싶은 기색이 역력하다. 

산업은행이나 수출입은행 못지않게 구조조정 후폭풍으로 고통 받고 있으면서도 농협금융의 '손'을 잡아줄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금융감독원 한 관계자는 "명칭사용료 문제는 당국이 관여할 수 있는 사항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으면서 "사용료 문제는 어디까지나 중앙회와 농협금융이 협의해 결정할 사항"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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