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벤트‧신사업 발굴 전력투구…"근본대안 아니다" 지적도
[미디어펜=이원우 기자]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하이후 수익성 악화에 대응하기 위한 시중은행들의 발걸음이 빨라졌다. 군살빼기는 물론 수익 다변화를 위한 신사업발굴에 불을 켰지만 수신금리가 거의 제로에 가까워지면서 다른 투자처로 눈을 돌리는 고객이탈이 걱정이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9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1.50%에서 1.25%로 0.25%p 인하함에 따라 시중은행들의 수신금리 체계에도 변동이 관측되고 있다.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은 지난 13일부터 수신금리를 0.05%~0.3%p 내렸다.

신한은행, 국민은행, 농협은행도 조만간 금리 인하에 동참할 계획이며 인하폭은 두 은행과 비슷할 것으로 보인다. 

   
▲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하이후 수익성 악화에 대응하기 위한 시중은행들의 발걸음이 빨라졌다. /미디어펜


수신 상품에 대한 금리 인하는 고객들이 은행에 돈을 맡길 인센티브를 줄여 고객 이탈을 촉발할 수도 있다. 이에 따라 시중 은행들은 우대금리나 이벤트 등의 대책 마련에 함께 나서고 있다.

우리은행의 경우 7월부터 새로운 형태의 멤버십 포인트 '우리멤버스'를 출시한다. '위비 꿀머니'를 이용해 수수료나 대출이자 납입 등에 사용할 수 있는 포인트 제도다. 1만원 이상 포인트를 적립하면 ATM을 통해 현금으로 바꿀 수도 있다. 새로운 포인트 제도는 최근 가시화 되는 수수료 인상 움직임 속에서 고객들을 유지할 것으로 기대된다.

국민은행의 경우에도 LG유플러스와 협업해 데이터 혜택과 은행수수료 면제 서비스를 결합한 예금 상품을 이번 주 중 출시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KEB하나은행은 오는 8월 대한민국 올림픽축구국가대표팀 경기 성적에 따라 최고 0.3% 우대금리를 제공하는 '오! 필승코리아 적금‧정기예금 2016'을 14일 출시했으며, 농협은행도 예적금과 펀드가입 고객과 공인인증서 신규발급 고객을 대상으로 이달 말까지 이벤트를 진행한다.

한편 수익성을 지키기 위한 은행들의 노력은 이벤트 선에서만 그치지 않고 '신사업 발굴'로까지 뻗고 있다. 우리은행 한 관계자는 "한국은행의 이번 기준금리 인하는 의외였지만 저금리 기조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보니 은행권 안팎에서 이미 어느 정도 대비가 돼있는 상태"라면서 "비이자수익 제고를 비롯한 수익성 다변화에 매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까지 은행권에 짭짤한 비이자수익을 안겨준 품목으로는 방카슈랑스(은행에서 파는 보험) 수수료가 첫손에 꼽혔다. 올해 1분기에도 국민은행의 경우 방카 수수료로만 260억 원의 수익을 올렸다.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은행들의 수익창출 시도는 '창구 바깥'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가장 흥미로운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곳은 KEB하나은행이다. 

KEB하나은행은 지난 4월 에어캡과의 항공기금융 단독 주선에 성공해 화제가 됐다. 국내 시중은행이 항공기금융에 단순 투자한 적은 있었지만 직접 주선에 나선 것은 처음이었다. 

이번 항공기금융 사업은 KEB하나은행이 4000만 달러, 기업은행이 2000만 달러, 국내 대형 증권사와 생명보험사가 각각 2000만 달러씩 참여해 항공기금융 신디케이션을 구성하고, 여기에서 조달된 1억 달러로 에어캡이 '보잉787-9' 신형 여객기를 구입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KEB하나은행은 지난 3월 '뉴스테이' 사업에도 진출을 선언해 신사업 개척에 나섰다. 저금리 기조에 덧붙여 하나-외환은행 통합으로 인해 생긴 유휴지점들을 뉴스테이 사업과 연계해 처리하는 묘수를 낸 것이다. 

이 계획에 따르면 서울 청파동 지점, 인천 논현동 지점 등 8개 공간은 올해 안에 뉴스테이 3208가구로 전환된다. 내년에도 전국 11개 지점을 없애고 2516가구를 지을 예정이며, 2018년에도 41개 지점을 뉴스테이 전환대상으로 선정한다.

한편 은행들의 신사업 발굴이 예대마진을 통한 손실을 극복하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도 있다. 

한국기업평가 김정현 연구위원은 "구조조정 이슈로 인해 기업대출에 부담이 생기자 새로운 수익 창출전략이 나오고 있다"면서도 "예대마진이 은행 수익에서 워낙 큰 비중을 차지하다 보니 신사업 발굴도 근본적 대안이 되기는 힘들어 은행들의 고민이 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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