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최근 아시아지역 전통 명절인 설을 맞아 유엔 동영상을 통해 ‘중국어’로 새해 인사를 전했다. 반 총장의 중국어 새해 인사는 최근 유엔본부가 자리잡은 미국 뉴욕시에서 일고 있는 설날을 공휴일로 지정하려는 한인을 비롯한 아시아인들의 움직임과 관련돼 시선을 끌고 있다.
한국인인 반 총장이 한국어를 사용하지 않고 중국어로 인사를 한 것은 유엔 내에서 한국어를 공식적으로 사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유엔은 공식언어로 영어 불어 중국어 러시아어 아랍어를 규정하고 있다.
반 총장은 지난해 설에도 중국어와 영어로 새해 인사를 했다. 하지만 반 총장의 중국어 새해 인사는 올해 그 의미가 달리 들릴 수도 있다. ‘설 법정공휴일화’ 움직임 때문이다.
뉴욕한인학부모협회 관계자들은 지난달 24일(현지시간) 중국계인 피터 구와 폴 밸론 뉴욕 시의원 등과 함께 설날을 휴일로 지정해줄 것을 요청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빌 더블라지오 새 뉴욕시장이 1월 취임한 것에 맞춰 ‘설 법정공휴일’요구를 새로 알리려는 의도였다. 한국과 중국 등 아시아 문화권에서 설은 최대 명절 중 하나여서 법정공휴일로 하려는 움직임은 미국 곳곳에서 예전부터 있어 왔다.
아시아계는 뉴욕시 인구의 15%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설 공휴일’운동은 결과가 미미한 편이다. 1994년 아시아계 인구가 많은 샌프란시스코 통합학군지역에서 설을 학교 휴일로 정해졌고, 뉴저지주 테너플라이아와 홈델 2곳도 학교 휴일로 정하고 있지만 거기서 그치고 있다.
미국 대부분 지역에서 ‘설 공휴일’운동은 문화적 간극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 일간지 뉴욕포스트는 지난 25일 1면에 뉴욕한인학부모협회의 기자회견을 ‘미친짓’으로 폄하하는 기사를 게재해 논란을 일으켰다.
뉴욕포스트는 한인학부모의 음력을 의미하는 ‘LUNAR’에 명사형 접미사인 ‘TICS’를 붙여 ‘LUNAR-TICS’라고 비꼬았는데 이는 미치광이를 의미하는 ‘LUNATIC’와 비슷하다. 댈러스=김태윤 미주 통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