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연구원‧한국경제학회 주최 토론회서 '산은 역할론' 논의
[미디어펜=이원우 기자]산업은행을 비롯한 국책은행들이 기업 구조조정을 주도하는 현재의 상황이 바뀌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금융연구원(원장 신성환)과 한국경제학회(학회장 조장옥)가 15일 공동 개최한 '바람직한 기업구조조정 지원체계 모색' 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은 양원근 전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국책은행들이 선제적 기업 구조조정을 막고 있다고 진단하면서 이같이 주장했다.

   
▲ 금융연구원(원장 신성환)과 한국경제학회(학회장 조장옥)가 15일 공동 개최한 '바람직한 기업구조조정 지원체계 모색' 토론회에서 국책은행들이 기업 구조조정을 주도하는 현재의 상황이 바뀌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미디어펜


"상시적이고 선제적으로 해야 할 구조조정 의사결정이 국책은행에 집중돼 있다 보니 자원낭비가 발생한다"고 지적한 양 전 연구위원은 "장기적으로 시중 은행들의 기업 분석 능력을 높이고 자본시장을 활성화하는 대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양 전 연구위원은 특수은행이 현재 수행하고 있는 역할이 현 시대에 맞지 않다는 비판도 제기했다. "산업은행의 역할은 고도 성장기에 국내자금을 집중적으로 대형 프로젝트에 몰아주는 것이었다"며 "저성장기의 선제적인 구조조정 수요와 미스매치 되고 있다"고 말했다.

패널로 참석한 토론자들의 견해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김영욱 금융연구원 비상임연구위원은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은 구조조정 실패에서 비롯됐다"면서 "정부 측의 통합적이고 과감한 결단력이 부재한 상황이 한국과 유사하다"고 우려했다. 산업은행과 관련해서는 "산업은행이 구조조정 작업의 전면에 버티고 있는 한 시장중심 구조조정은 어렵지 않나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윤창현 서울시립대학교 교수는 산업은행 입장의 고충에 대해서도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윤 교수는 "구조조정 시점이 오면 결국 산은의 역량이 가장 낫다는 결론에 의거해 다시 구조조정을 주도자 역할을 맡길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다"면서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산업은행 내부에서 구조조정을 담당하는 부서를 독립시키거나 자회사 형태로 끌어내는 방안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참석자들 대부분은 산은이 구조조정 과정에서 책임감 있는 선택을 기피하게 되는 이른바 '변양호 신드롬'의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경고했다. 윤창현 교수는 "구조조정 결과에 조금이라도 문제가 있을 경우 너무 과도한 비난을 하다 보니 갈수록 구조조정이 '절차상 문제없는 쪽'으로만 가고 있다"고 꼬집었다.

토론회 말미에는 이날 행사의 좌장 역할을 맡은 권오규 전 경제부총리도 견해를 드러냈다.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여신이 최근에야 '요주의' 등급으로 전환된 점에 대해 권 전 부총리는 "조선 산업 불황이 시작됐을 무렵 '요주의'로 전환돼서 지금쯤 되면 회수의문 여신으로 봤어야 한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은행들이 충당금 쌓기를 미루지 않도록 감독 당국이 은행을 적절하게 지도해야 한다"고 당국의 변화를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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