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와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시작된 신흥국 경제위기 경보 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들 국가의 자금시장 불안이 경제 기초 체력이 튼튼한 신흥국과 선진국 통화가치 하락으로 이어지는 등 전방위적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여기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지난달 말 양적완화 축소를 지속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해 신흥국 경제불안이 더욱 가중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일(현지시간) 경제체력이 양호한 헝가리, 폴란드 통화까지 약세를 보이고 있다면서 위기가 일부 취약국에서 신흥국 전반으로 퍼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헝가리 포린트화 가치는 유로화에 대해 2년여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고, 캐나다 달러화와 노르웨이 크로네화 가치도 미국 달러화에 대해 수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내려갔다. 신흥국뿐만 아니라 원자재를 수출하는 선진국 통화에 대한 매도세까지 생겨나고 있는 것이다.
라보뱅크의 신흥국 통화 전략가인 크리스티안 로런스는 "매도세가 전형적인 단계를 밟고 있다"면서 "시장이 첫 번째 목표물이었던 터키와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이어 다음 타깃을 찾고 있다"고 진단했다.
신흥국발 경제위기감은 외환시장뿐만 아니라 주식시장에서도 빠르게 나타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일 세계증시 전문분석기관 이머징 포트폴리오 펀드리서치(EPFR)의 집계를 인용해 올들어 지난달 29일까지 122억 달러가 신흥국 증시에서 빠져나갔다고 보도했다.
자금 이탈 속도도 빨라져 지난달 첫째 주 13억1,800만 달러였던 유출 규모는 셋째 주에는 24억2,900만 달러로 늘어났고, 지난달 29일까지의 마지막 주에는 63억 달러로 급증했다. 지
난달 마지막 주 이탈 규모는 2011년 8월 이후 주간 기준으로 가장 큰 것이다. 신흥시장 채권 펀드도 썰물이 완연해 지난주 27억 달러를 포함해 지난달에 모두 46억 달러가 이탈한 것으로 집계됐다.
위기감은 선진국으로도 옮겨가고 있다. 지난달 31일 미국 증시는 물론 독일, 프랑스, 영국, 스페인, 터키 증시가 떨어졌고, 위기 확산 우려로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가 커지면서 미국 국채 가격은 올라가 국채 수익률(금리)이 떨어졌다.
하지만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를 비롯해 신흥국 경제위기를 확대할 수 있는 요인들은 오히려 더욱 늘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의 1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50.5로 전월보다 0.5 포인트 떨어지면서 6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하는 등 신흥국 수출시장인 중국의 경기 둔화는 계속될 전망이다.
급기야 국제통화기금(IMF)는 상황의 심각성을 경고하며 신흥국 경제불안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IMF는 “많은 신흥경제국이 최근 며칠간 새로운 시장 압력에 직면했다”면서 “경제 기초 체력과 정책에 대한 신뢰를 개선할 수 있는 긴급 정책 조치(urgent policy action)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댈러스=김태윤 미주 통신원·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