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은행들의 자생력을 키우기 위한 조치로 도입된 외화 유동성 커버리지 비율(LCR) 유지가 내년부터 의무화 된다. 이미 당국이 요구하는 기준보다 높은 비율을 유지하고 있던 터라 대다수 은행들은 여유 있는 표정을 짓고 있다. 국제적 기준보다 높은 수준의 유동성 보존이 의무화됨으로써 국내 은행의 경영 리스크도 낮아질 전망이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한국은행 등 관계부처는 16일 개최된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외환건전성 제도 개편방안'을 발표해 은행들의 외화LCR을 2017년부터 공식 규제로 도입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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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행들의 자생력을 키우기 위한 조치로 도입된 외화LCR 유지가 내년부터 의무화 된다. /연합뉴스 |
외화LCR(Liquidity Coverage Ratio)이란 30일간 외화 순현금유출을 감내할 수 있는 고유동성 외화자산의 비율이다. 급작스런 상황이 발생해 외환 고객들이 예금을 인출하는 '뱅크 런' 등 유동성 위기가 와도 즉시 현금화할 수 있는 고(高) 유동성 자산이 많으면 은행은 위기를 넘길 수 있다.
작년 7월 모니터링 형태로 첫 도입된 외화LCR의 현재 권고 비율은 50%이다. 30일간 은행에서 빠져나가는 현금성 외화자산‧부채(외화 순현금유출)가 100억 달러일 경우 즉시 현금화할 수 있는 고유동성 자산을 50억 달러 이상 쌓아둬야 한다는 의미다. 고유동성 자산으로는 선진국 국채나 우량 회사채 등이 꼽힌다.
현재 50%로 권고돼 있는 외화LCR은 내년부터 시중은행을 대상으로 60%가 의무화 된다. 이후 매년 10%p씩 의무 비율이 올라가 2019년에는 80%의 LCR을 준수해야 한다. 이번 규제가 은행들의 외화 유동성 위기에 대비하는 '초강력 방파제'로 불리는 이유다.
기업은행, 농협은행, 수협은행 등 특수은행은 내년부터 40%의 LCR을 적용 받지만 2019년에는 똑같이 80%의 외화LCR을 준수해야 한다. 산업은행의 경우 내년 40%에서 시작해 2019년까지 60%를 맞춰야 한다. 국내은행의 외화공급 역할을 하고 외환 부문에서 정책금융기능을 한다는 특수성이 고려됐기 때문이다.
JP모건 한국지점 등 외국은행들의 지점과 수출입은행, 외화부채가 작은 은행 등은 외화LCR 적용이 면제된다.
한 가지 독특한 점은 위기상황이 발생했을 경우 금융위원회 의결을 거치면 일정기간 규제비율이 완화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금융위원회 강영수 금융시장분석과장은 "외화LCR 제도는 위기가 되면 규제를 지키지 말아야 하는 규제"라고 설명했다.
위기 상황에서는 실물경제 상황이 악화돼 적극적으로 자금 공급에 나서야 하므로 LCR 기준도 완화하는 게 맞다는 의미다. 다시 말해 외화LCR 준수 의무화는 위기상황을 맞은 은행들이 긴급대책을 여유 있게 이행할 수 있도록 '기초체력 비축'을 유도하는 제도인 셈이다.
덧붙여 강 과장은 "은행들이 외화LCR 준비를 이미 잘해왔다"면서 "외화유동성과 관련해서 (위기 대응력을) 최대한 강화시키는 게 주목표"라고 제도 도입 취지를 설명했다.
한편 이번 외화LCR 도입으로 인해 1개월 만기불일치비율, 3개월 외화유동성 비율, 안전자산 보유비율 등 중복 규제는 폐지된다. 현재 국내은행에 30%, 외은지점에 150%로 적용되고 있는 선물환포지션 한도 역시 40%, 200%로 완화해 은행들의 외화 차입 여건을 개선하기로 했다.
시중은행들은 이번 제도 도입에 대해 비교적 여유 있는 표정을 짓고 있다. KEB하나은행 한 관계자는 "이미 당국에서 제시한 가이드라인을 훨씬 상회하는 비율을 유지하고 있다"면서 "월별로 약간씩 차이는 있지만 평균 80% 이상의 외화LCR 비율을 유지 중"이라고 말했다.
국민은행 관계자 역시 외화LCR에 대해 "이미 준수하고 있던 부분"이라면서 "지금으로써는 당국 기준에 맞게 대비하는 데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바젤III를 비롯한 국제 기준에서도 '권고사항'으로 되어있는 외화LCR 준수가 국내에서 '의무'로 규정되는 점에 대해서는 국내 특유의 상황이 작용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자본시장연구원 이승호 국제금융실장은 "신흥국으로서 국제적 금융위기에 대해 한 차원 높은 대비를 한다는 데에 이번 외화LCR 규제 도입의 의미가 있다"고 풀이했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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