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상일 기자] 대우조선해양 남상태 전 사장이 친구 회사를 사업 파트너로 끌어들이면서 회삿돈 120억여원을 외부로 부당하게 빼낸 혐의가 드러났다.
17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 비리를 수사하는 검찰 부패범죄특별수사단(단장 김기동 검사장)은 남 전 사장의 대학동창인 정모(65)씨를 전날 구속하고 정씨 소유 업체인 휴맥스의 전직 대표이사 등을 불러 조사하고 있다.
남 전 사장과 정씨의 치밀한 계획 속에 대우조선 측의 사업비가 외부로 빠져나간 단서를 확보한 데 따른 것이다.
남 전 사장은 2009년 10월 자회사 디섹을 통해 부산국제물류(BIDC) 지분 80.2%를 사들이도록 했다. BIDC는 정씨가 대주주인 업체로, 당시 적자경영에 허덕이던 상태였다.
대우조선은 개별 운송업체들과 일대일로 자재 운송계약을 맺어 왔지만 2010년부터 특별한 이유 없이 BIDC를 육상운송 거래를 중간 관리하는 회사로 끌어들였다.
2011년에는 해상운송 거래에도 BIDC를 중간 업체로 끼워넣었다. 대우조선이 지불해야 할 운송료는 올라갈 수밖에 없었고, BIDC는 인상된 운송료의 5∼15%를 마진으로 챙겼다.
이런 식으로 대우조선으로부터 불필요하게 BIDC 측에 흘러간 육상 및 해상 운송비는 2010년부터 2013년까지 12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외부로 유출된 부당이득을 남 전 사장도 함께 공유한 사실을 확인했다.
대우조선의 '일감 몰아주기'로 사세를 크게 키운 BIDC는 매년 15% 이상의 고율 배당을 시행했다.
배당금을 챙긴 BIDC의 외국계 주주사 지분을 남 전 사장이 차명 보유했다는 단서가 검찰에 확보된 것이다.
남 전 사장은 BIDC 지분을 보유한 S사나 N사 등 외국계 주주사의 지분을 다른 이름으로 소유하고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 업체는 표면상 '외국계'로 돼 있지만 사실상 남 전 사장의 친구 정씨가 관리하는 업체들로 알려졌다.
이런 '검은 공생 구조'는 대우조선이 2009년 BIDC를 손자회사로 편입시킬 때부터 남 전 사장과 정씨가 이미 계획해 놓은 것으로 파악됐다.
남 전 사장이 지분을 차명 보유한 이른바 외국계 업체들이 2009년부터 대우조선에 편입될 BIDC의 지분을 매수하기 시작했다는 점이 그 방증이다.
S사의 경우, 2010년 BIDC 지분 10%를 사들였다. 싱가포르에 세워진 페이퍼컴퍼니인 N사는 2011년 BIDC가 80만주를 유상증자하자 제3자 배정방식으로 이 주식을 모두 사들였다.
검찰은 남 전 사장이 대우조선의 자금을 부당하게 밖으로 빼낸 데다 본인 스스로 배당수익 등의 이득을 챙겼다는 점에서 혐의가 중대하다고 보고 구속영장 청구 방침을 세워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대우조선 분식회계 수사를 대체로 마무리하는대로 이르면 내주께 남 전 사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조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미디어펜=이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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