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담회서 '불확실성' 강조…"한은 예측가능성 제고해야" 지적도
[미디어펜=이원우 기자]한국은행 이주열 총재가 미국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과 국내 가계부채 문제를 거론해 국내 금융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국은행이 더 이상의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는 가운데 한은 기준금리의 예측가능성을 제고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이날 오전 서울시 중구 한은 본관에서 경제동향간담회를 주재한 자리에서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을 한국경제 불확실성 가중 요인으로 손꼽았다. 그러면서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연내 한두 번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예상도 통화정책의 불확실성을 높이는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 한국은행 이주열 총재가 미국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과 국내 가계부채 문제를 거론해 국내 금융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국은행


특히 이날 발언에서 눈길을 끈 부분은 이 총재가 기준금리 인하 등 확장적 거시경제 정책에 따른 '부작용' 가능성을 언급했다는 점이다. 

그는 "우리 경제의 대내외 여건을 보면 변화 방향은 물론 속도를 가늠할 수 없을 만큼 불확실성이 높다"면서 "통화‧재정 등에서 확장적 거시정책을 펴는데 의도하지 않은 결과가 나타나지 않는지 주의 깊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부동산 시장 동향과 가계부채, 외국인 자금의 유출 동향 등에 유의하겠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이번 발언은 현재 역대 최저 수준인 연 1.25%까지 내려와 있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를 더 이상 인하하는 것은 힘들 수 있다는 암시로 읽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기준금리 인하 시 가장 첫손에 꼽히는 가계부채 문제에 대한 우려를 표명한 점이 상징적이라는 지적이다.

이날 간담회에 직접 참석한 고위 관계자는 "이 총재 발언은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편이 좋을 것 같다"면서 기준금리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유보적인 반응을 보였다. 다만 "현재 대외 경제 여건이 전에 없는 불확실성을 띠고 있다는 측면에서 다각도의 분석과 대비는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전체적으로 보면 더 이상의 기준금리 인하는 이변이 없는 한 힘들 것이라는 견해가 좀 더 우세하다. 금융기관 사외이사로 활동 중인 한 교수는 "기준금리가 경기부양에 '이용'되고 있는 모습은 원칙에서 벗어난 것"이라고 짚으면서 "추가적인 금리 인하는 가계부채 문제를 악화시킬 수 있는 만큼 여기서 더 내리기는 힘들 것으로 본다"고 언급했다.

한국기업평가 김정현 연구위원 역시 "이미 수면 위로 올라온 구조조정 문제가 새로운 차원으로 다시 부상하지 않는 한 현재 수준에서 기준금리를 또 내리기는 힘들 것이라는 게 개인적 견해"라면서 "가계부채 문제와 (금리를 더 내렸을 경우) 해외 자본유출 문제를 고려했을 때 현재 수준이 최저점일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은행 기준금리 정책이 보다 예측가능성을 제고하는 방향으로 개선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돼 눈길을 끈다. 

지난 16일 한기평이 발간한 보고서 '또 한 번의 기준금리 인하, 수익성에 비상등 켜진 국내 은행'은 "기준금리 방향에 대한 시장의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시장과의 커뮤니케이션을 강화하고 금리 예측가능성을 제고해 통화정책을 신뢰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보고서는 선진국 중앙은행들과 같이 물가‧실업률 등 특정 경제지표를 포함한 포워드 가이던스(forward guidance) 도입까지는 힘들더라도 기준금리 방향에 대한 예측가능성을 높여야 시장 참여자들이 실효성 있는 금리리스크 관리를 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한편 한국은행은 내달 14일 금융통화위원회를 개최해 현재 연 1.25% 수준의 기준금리 조정 여부를 결정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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