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끌어온 조사 결론 임박…'증거 취합' 관건
[미디어펜=이원우 기자]공정거래위원회의 은행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 담합 조사결과가 다음 주로 다가오면서 금융권은 초긴장 상태다. 은행연합회를 비롯한 시중 은행들은 '2012년 당시 CD금리가 변동되지 않은 것은 행정지도에 따른 자연스러운 결과였을 뿐'이라고 항변하고 있지만 금융소비자원을 비롯한 소비자 단체들의 공세는 거세다. 담합이 인정될 경우 은행들과 공정위 간의 법정 공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정재찬)는 이날 오전 전원회의를 개최해 신한‧KB국민‧KEB하나‧우리‧NH농협‧SC제일 등 6개 은행의 CD금리 담합 문제를 안건으로 상정했다. 2012년 7월 3년 만기 국고채 금리 등 다른 금리지표와는 달리 CD금리는 3.55%에서 3.54%로 0.01%p만 하락해 담합이 의심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 공정거래위원회의 은행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 담합 조사결과 발표가 다음 주로 다가와 금융권이 초긴장 상태다. 은행연합을 비롯한 시중 은행들은 '2012년 당시 CD금리가 변동되지 않은 것은 행정지도에 따른 자연스러운 결과였을 뿐'이라고 항변하고 있지만 금융소비자원을 비롯한 소비자 단체들은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날 공정위 한 관계자는 "위원장 포함 9명의 위원들이 전체회의를 거쳐 사안을 논의 중"이라면서 "담합 여부‧과징금 규모 등 최종 결론은 다음 주쯤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금융소비자원 조남희 대표 역시 담합이 인정될 것이라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조 대표는 "올해 1월 말부터 지난달 18일까지 은행별로 1~2회씩 충분한 소명 기회를 줬던 것으로 안다"면서 "공정위가 명확한 근거 없이 4년이나 조사를 끌었을 것으로 보진 않는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이번 담합 조사는 '단군 이래 최장기'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길게 지속됐다. 2012년 8월에는 3명의 금융소비자가 국민은행과 하나은행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가 서울중앙지법에 의해 원고 패소 판결을 받았다. 2013년에는 금융소비자원이 205명을 모아 금융감독원에 국민검사를 청구했으나 기각된 일도 있었다. 

이후 잠잠해졌던 CD금리 담합 논란은 올해 초 공정위가 시중 6개 은행들에 '담합 인정' 취지의 심사 보고서를 발송하면서 재점화됐다. 

은행연합회는 즉시 보도자료를 내고 "은행권은 CD금리를 담합한 사실이 없다"면서 "CD금리 담합 관련 조사에 대해 적극 소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원회의가 진행 중인 이날 은행연합 관계자들은 세종시 공정위 청사로 가서 은행권의 입장을 소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들은 '정부 당국의 행정지도를 따르다 보니 자연스럽게 CD금리가 고정됐을 뿐'이라는 입장이다. 금융위원회는 2010년 말부터 예대율 산정 시 CD를 제외하도록 권고한바 있다. 이에 따라 CD 발행이 2010년 50조원에서 2012년 25조원 수준으로 반토막 났고, 물량이 줄다 보니 금리 변동도 없었을 뿐이라는 입장이다.

금융감독당국 한 관계자는 "통상 담합을 판정할 때에는 당사자 간에 오갔던 메시지나 왕래 기록 등이 증거로 첨부되는 게 보통"이라면서 "공정위가 확실한 증거를 얼마나 취합했는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한편 일관된 논리를 개진하고 있음에도 '담합 인정'으로 결론이 수렴되는 점에 대해 은행들은 적잖이 당황한 기색이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애초에 우리에게 CD금리 결정권한이 없다"면서 "담합 의심 받을까봐 금리를 의도적으로 변경한다면 그게 더 이상한 일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A은행을 포함한 6개 은행들은 '담합' 결론 시 소송도 불사한다는 입장이다.

공정위는 금리 담합으로 얻은 부당매출액의 경우 최대 10%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이번 CD금리 담합 사건이 사실로 판명될 경우 은행들은 2012년 1~7월의 부당이득에 대해 수천억 원대의 과징금을 물게 된다. 금융소비자들 또한 은행들을 대상으로 소송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아울러 은행들이 공정위 판정에 불복할 경우 행정소송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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