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품 적고 우대조건 까다로워져…은행채 발행‧ISA 고객유치에 치중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다른 상품들은 계약기간이 너무 길거나 산식이 복잡해서 꺼려졌거든요. 1~2년 단위로 끊어서 고금리 혜택을 받을 수 있는 특판 예금을 자주 활용했는데 최근엔 찾기가 힘들어졌어요. 브라질 올림픽이 코앞으로 다가왔는데도 연계 상품이 거의 없고요."

서울에 거주하는 30대 직장인 A씨는 요즘 재테크의 '중심'을 잃어버렸다고 하소연했다. 은행권에서 꾸준히 출시되던 특별판매(특판) 예금을 찾아보기가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 은행권에서 '특판 예금'이 실종됐다.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연 1.25%까지 내려가는 초저금리 시대가 열리면서 예금상품 수익성이 악화됐기 때문이다. 고객들은 은행에 예금을 맡기지 않고, 은행들도 예‧적금고객 유치에 심드렁해지는 '예금 불황' 사태가 도래했다는 지적이다. /미디어펜

은행권에서 '특판 예금'이 실종됐다.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연 1.25%까지 내려가는 초저금리 시대가 열리면서 예금상품 수익성이 악화됐기 때문이다. 고객들은 은행에 예금을 맡기지 않고, 은행들도 예‧적금고객 유치에 심드렁해지는 '예금 불황' 사태가 도래했다는 지적이다. 대신 은행채 발행과 ISA 고객유치 쪽으로 노력이 집중되고 있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은행 중에서 특판 예금 상품을 출시한 곳은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 밖에 없다. 은행권에서 '특판 예금 실종사건'이 발생했다는 지적이 나올 정도다.

우리은행은 6월 호국보훈의 달 기념으로 '우리나라사랑 정기예금'을 판매 중이다. 1조원 한도로 출시된 이 상품은 연 1.75% 기본금리에 국가보훈대상자‧가족에게 연 0.25%p 우대금리를 적용해 최고 연 2.0%까지 금리를 지급한다. 직업군인이나 군 복무중인 사병에게는 연 0.15%p를, 우리은행과 처음 거래하는 고객이거나 3000만 원 이상 가입하는 경우 연 0.1%p 우대금리를 제공한다. 

KEB하나은행은 올림픽축구국가대표팀의 최종 성적에 따라 금리가 차등 적용되는 '오! 필승코리아 적금 2016'을 8월 2일까지 판매한다. 최저 가입금액 100만원, 계약기간 1년으로 기본금리는 연 1.6%로 책정됐다. 단, 올림픽축구 국가대표팀이 8강까지 진출할 경우 연 0.1%, 4강 진출 시 연 0.2%, 결승 진출 시 연 0.3%의 우대금리가 추가 제공된다. 정기적립식 적금(3년제)엔 최고 연 2.3%, 정기예금엔 최고 연 1.9%의 금리가 적용된다.

이 정도 상품을 제외하면 현재 시장에서 찾아볼 수 있는 특판 상품은 부산은행의 '사랑방 정기예금'과 농협은행의 '또 하나의 마을 만들기 정기예금' 정도다. 그러나 금리 수준이 연 1.65%~1.68% 수준으로 그다지 높지 않다. 과거 우대금리 특판 상품이 은행권 자금조달에 효자 노릇을 하며 자행 스포츠단, 기념일, 각종 문화 이슈 등을 부각시켰던 사실을 생각하면 격세지감이라는 평가다.

금융투자회사 한 관계자는 "최근 출시된 특판 상품들은 더 이상 '특별'하다고 볼 수 없다"면서 "몇 가지 상품을 제외하고는 재테크 효과가 존재한다고 보기 힘들고, 그나마도 우대금리 조건이 까다로운 편"이라고 말했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당분간 특판 상품 출시 계획이 없다"면서 "은행채 금리가 예금금리보다 낮아져 역마진(reverse margin)이 발생해 특판 예금 출시 인센티브가 사라졌다"고 말했다. 이 담당자는 "은행채로 자금을 조달하는 것이 모든 면에서 훨씬 유리하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KEB하나은행이 최근 1000억 원 규모로 발행한 만기 1년짜리 은행채 금리는 1.37%를 기록해 특판 예금인 '오! 필승코리아 적금 2016'의 기본금리인 연 1.6%보다도 낮다. 다른 은행들 사정도 비슷하다. 은행들로서는 적금 가입을 권유할 시간에 은행채 판매에 몰두하는 것이 비용을 최소화 하는 '우월전략'인 셈이다.

초저금리 이외에도 지난 3월 출시된 ISA(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가 특판 예금에 대한 은행의 메리트를 감소시켰다는 지적도 있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올해의 경우 특판 예‧적금보다는 ISA 고객 유치에 전력이 집중되는 경향을 보였다"면서 "은행 내부적으로 실적 평가를 해도 특판 예금 판매실적보다는 ISA 실적이 우선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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